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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⑨ 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
이택규 기자 | 승인 2019.03.24 22:28

고다타벨라(Ghoda Tabela. 3,002m)에서 새벽을 맞았습니다. 동이 트면서 제일 먼저 해를 받는 봉우리가 황금빛으로 타오릅니다.

8시에 출발해서 랑탕빌리지를 거쳐 오늘의 목적지인 갱진곰파로 갑니다.
산 아래 해가 먼저 비치는 곳에 탕샤프(탕시야프. Thangshyap. 3,200m) 마을이 보입니다.

(좌)히말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런 물줄기는 곳곳에 있다.) (우)계곡 사이로 흔하게 보이는 히말의 설산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여자는 포대기로 티벳인처럼 생긴 아이를 엎고 있었습니다. 포대기가 티벳인들이 사용하는 물건인 것으로 봐서 티벳 아이를 입양해 가는 중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평지를 걷는데도 숨이 찹니다. 가만히 서있어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평소 등산을 잘 하지 않다가 연속 산행을 해서인지 고산증세인지 모르겠습니다.

랑탕빌리지(정오. 3,400m)의 여주인이 손목에 묶은 꽃무늬 대형 손수건을 보더니 “기브미” 합니다. 스카프 삼아 머리를 감싸서 묶고는 흡족해 합니다.

아일랜드인인 마이크부부를 만나 잠시 쉬면서 손짓발짓해가며 얘기를 나눕니다.

트레킹 도중에 만나 반갑게 얘기 나누는 아일랜드인 부부

목적지인 강진곰파(Kyanjin Gumba. 3,800m. 곰파는 불교의 탑을 의미)로 가는 길은 석재에 경전을 파서 길가에 설치했는데 길이를 재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80m 길이의 경전 석조물이 열여덟 군데 정도 연이어 담처럼 축조되었습니다.

13시 30분에 문두(Mundu. 3,550m)에 도착해서 두 시간이나 지체하는 바람에 갱진곰파에는 밤 8시에 도착하게 됩니다.
타멜에서 스틱을 구입할 때 혹시 몰라서 헤드램프도 구입했는데 야간 트레킹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휴대폰 불빛만으로는 길에 널린 가축 배설물이며 눈두덩이며 자갈들을 피하는데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2015년 지진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탑과 고인을 기리는 사진

2015년 지진 때 이 지역 마을 주민 175명이 시망하고 트레커 4백여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트레커 중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사망자로 추측하는 것은 둔체 검문소에서 커미션을 지불하고 여권을 확인하게 되는데 돌아온 흔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령탑(초르텐) 아래에 각국 사망자 명단이 빼곡이 적혀 있습니다. 사망자 이름에는 네팔인 외에도 캐나다,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의 이름이 보입니다.
최근에 가족인지 지인인지 다녀간 듯한 사망자들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활짝 웃는 생전의 20대 모습입니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절로 기도를 하게 됩니다.
위령탑 둘레의 마니차(Praying Wheel)를 돌리며 불경 대신 기도문을 외웁니다.

경전을 새겨서 길가에 설치한 석조물(굼바. Gumba)

숙소의 밤은 매우 춥습니다.
옷을 두 벌 껴입고 겉에 잠바를 입고서야 이불을 덮은 침낭 속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사방 둘레에 눈 덮인 설산 가운데에서 아홉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03.23 토).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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