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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② 네팔의 토요일은 주일
이택규 기자 | 승인 2019.03.17 13:55

■ 시차는 피하지 말고 이겨내는 것이다.

간밤에 트리뷰반(Tribhuvan)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때문에 예정보다 늦게 공항을 빠져나왔는데 아쉬크(Ashik)를 비롯해 현지인 세 명이 자정이 넘도록 기다려주었고 일행에게 일일이 카타(Kata)를 목에 걸며 환한 미소로 환영해주었습니다.
서울 시간으로는 새벽 3시 30분입니다.
숙소로 향하는 밴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창밖을 응시하며 비로소 카트만두 땅을 밟았다는 실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삐걱거리는 판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어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중간에 잠이 깨어 도무지 들지 않는 잠을 물리고 결국 세 시간 만에 부스스 일어나 3층 숙소의 옥상에 올라가 마을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방영숙 선생님이 인도에서 가져오셨다는 코코아케익에 쌍화차, 바나나 포도 그리고 귤을 곁들여 조반을 들고 밴에 올라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근교의 교회로 향했습니다.


■ 신은 어디에나 존재하실까

주일인데도 거리는 활기찬 모습입니다.
지진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때마침 건축붐이 일어서인지 모를 보수현장과 공사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공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언덕 전체가 층층 건물들이 탑처럼 쌓여있는 골목을 지나 밭두렁을 걸어들어간 곳에 겉으로는 전혀 아닐 것 같은 교회분소에 다다랐습니다. 히말라야가스펠교회입니다.
십여 명의 신도가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중에 제일 어린 세 살 가량의 비디아와 틈틈이 눈을 맞춥니다. 네팔에는 공장이 없습니다.(있기야 하겠지만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들은 일을 찾아 떠돌거나 제한된 일거리를 만나게 되길 기대하는 정도입니다. 비디아의 아빠도 히말라야 인근의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느라 삼촌이 돌보고 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다과를 나눕니다.
짜이(홍차)와 도너츠가 구미를 당깁니다. 신도 중에 한 분이 짜이를 맛있게 잘 끓인다고 하더니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껏 마셔본 홍차 중에 제일 맛이 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연신 도너츠를 건네는 아주머니 덕분에 쓸데없이 내숭 떨 필요는 없었습니다.

밴은 20여 분 거리에 있는 본당 격인 히말라야미션교회에 내려줬습니다. 대략 50 명의 청년들이 예배당을 가득 메워 일부는 밖에서 참여해야 했습니다.
네팔은 힌두교를 국교로 삼고 있고 기독교 전교활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 종탑이나 십자가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교회 옆 부지 건너편에는 사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건물들 옥상과 마당마다 신당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든 부처든 시바신이든 신은 어디에나 있어보입니다.
개신교 그것도 네팔의 개척교회를 방문해서 예배에 참석하고 함께 어울렸던 시간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부모를 잃은 아이들

점심식사는 최정의팔 대표가 인생 2막의 긴 기간을 공정무역과 공정여행에 헌신하는 트립티(Tripti) 네팔카페에서 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트립티의 바리스타 교육과 로스팅 기술을 배워 자립을 실현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공정무역 카페 트립티(Tripti)

파더홈과 마더홈을 방문했습니다.
스무 명의 파더홈 아이들은 한결같이 표정이 밝았습니다. 고등학생까지 돌보고 있었습니다.
네팔의 학제는 10+2학년제입니다. 보통 12년 동안 한 학교에 다닙니다.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3년, 고등과정은 2+2년입니다. 고등과정 2년을 마치고 졸업시험에 합격한 학생중에 대학진학을 원하면 +2년을 더 다닙니다. 대학 예비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파더홈(Father Children Home)
파더홈 건물

유치원에 다니는 네 명의 남자아이를 둔 마더홈은 파더홈에서 20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마더홈 운영자의 딸 아스타는 +2년 과정에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희망했으나 학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 행정학과를 지원한다며 내년에는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10세인 매리얌은 성격이 매우 밝은 아이입니다. 눈동자가 살아있습니다. 제기차기에 능합니다. 매번 열 개 이상은 기본입니다. 키타도 칩니다. 또래들을 능가하는 비범한 여자아이입니다.
역시 10세인 프라바는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집중력이 있습니다. 똑바로 시선을 맞추는 얼굴에서 남자아이의 묵직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라도 +2년 과정에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지만 역시 학비가 여의치 않아 안타깝게도 진로를 바꿀 것이라고 합니다.

카트만두 파탄(Patan)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두 번째 편지를 드립니다.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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