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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피리를 부는가?
한국여성연합신문 | 승인 2016.08.26 13:43

나는 무엇으로 피리를 부는가?

 

방 은 영

                     
선생님!
  저는 요즈음 오래 전 영국 가수 룰루가 부른 『 To sir, with love 』 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다시 듣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1967년에 나왔던 영화 『 To sir, with love 』 주제곡이기도 하구요. 흑인 명배우 시드니 포이티에가 주인공 교사로 나와 열연했었죠. 한국에서는 『 언제나 마음은 태양 』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런던 빈민가의 한 학교에 부임한, 주인공 마크 색커리 선생이 맡은 반의 아이들은 하나 같이 문제 학생들이었습니다. 교사를 무시하고 전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색커리 선생은 크게 실망하였지만, 인생의 목표도 없고 자신의 처지를 변화시키려는 아무런 의지도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는 교사로서 권위를 버리고 아이들을 어른으로 동등하게 대우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아이들이 공부도 하지 않으니 교과서는 필요 없다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색커리는 인생과 죽음과 사랑에 관해 진솔한 애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씩 다가갑니다. 결국 그는 아이들의 존경과 신임을 얻게 되었죠.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학생들이 졸업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졸업 파티에서 색커리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영상 속에 투영된 1960년대 영국 청소년들의 모습은 꾸며낸 허구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동시에 적지 않은 감동도 받았습니다. 결국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과 그들과 함께하는 손과 발이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색커리 선생님은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다가선 베스트 교사였습니다.
 
선생님!
  오래전에 고등학교 교사로서의 길을 접고, 다른 이웃한 길에서 오랫동안 외도를 걸어온 제게 청소년들과의 뜻밖의 만남이 재개되었습니다.
  2015년 3월 24일은, 60개의 하얀 꽃잎들이 춤을 추며 제 마음에 내려앉아 한 송이의 꽃이 되었던 축복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마치 헤르만 헷세의 시집처럼 서정적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과 제가 만들어 가는 수업은, 질 좋은 백향목으로 향기롭고 아름답게 세워가는 집이 아님을 눈치 채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나친 비유가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날에 순수하게 빛나던 사춘기의 백향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전쟁에서 전쟁으로 날뛰었던 옛날 옛적 청동기 시대 종족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덧 인생의 목표도 없고 자신의 처지를 변화시키려는 아무런 의지도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던 색커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매 시간마다 뉴버젼의 『 To sir, with love 』 를 찍었습니다.
  의자를 교탁과 마주하는 위치에서 90도로 돌리고 수업 내내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 교실 맨 앞줄 좌측에 위치한 아이와 교실 맨 뒷줄 우측에 위치한 아이들이 일어나 대각선상에서 마주보며 교신하는 아이들의 모습, 조용히 하라는 교사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시간 내내 괴성을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실재로 『소음자동측정앱』을 제 스마트 폰에 다운받아 아이들과 함께 소음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열차 통과시 철도변 소음 측정치가 약 90데시벨입니다. 그 날 교실의 소음은 85데시벨이었습니다.

  새삼 이들과의 만남, 첫 날 아침에 고동치는 심장으로 하늘을 향해 기도드렸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 하나님! 
  제게 60명의 청소년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그의 현을 어떤 때는 강하게 누르고, 또 어떤 때는 부드럽게 눌러, 그 조율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가듯이……. 
  학생들 각각의 인격을 바이올린의 현이라 생각하면서 그들을 연주할 때, 그들의 마음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조용히 울려 나올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H중학교 기간제 교사의 길을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올해는 Y중학교의 청소년들과 함께 마라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있기에 꿈틀거리는 얘들을 바라보며,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임을 진정으로 고백하고 싶습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내게 주신 청소년을 위해, 나는 무엇으로 피리를 만들어 그들을 춤추게 할지 고민합니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건강한 정신의 춤사위로 가고 오지 않는 그들의 시간을 아름답게 거닐게 할 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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