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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오는 거리` / 전우
김순조 기자 | 승인 2024.01.18 22:10

        보슬비 오는 거리 

                                        전우 

보슬비 오는 거리에 추억이 젖어 들어
상처 난 내 사랑은 눈물뿐인데
아 타버린 연기처럼 자취 없이 떠나버린
그 사람 마음은 돌아올 기약 없네

보슬비 오는 거리에 밤마저 잠이 들어
병들은 내 사랑은 한숨뿐인데
아 쌓이는 시름들이 못 견디게 괴로워서
흐르는 눈물이 빗속에 하염없네

 

―물대기
가뭄에 어른들의 걱정 한숨이 열숨이 됩니다. 읍내에서 들여온 양수기, 강물에 굵은 호수를 내립니다. 물길을 만드는 아재들의 삽질이 바빠집니다. 털털 툴툴 양수기에서 연기가 나고 강물이 임시물길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툭 터진 데가 있나 보기라! 삼촌이 사촌과 조카에게 지시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에 물이 가득 고이자 물길을 막습니다.
다음 나무, 다음 나무, 밤나무가 있는 곳 물둑이 터집니다.
여기요, 여기요, 신호를 받은 아재 삽을 들고 뛰어옵니다.
깨밭으로 물이 주르륵 할머니가 가꾸는 밭인데 물을 먹은 깨밭에 애벌레도 편히 잎을 갉아 먹겠네.

밤이 되고 물길엔 더 이상 강물이 오르지 않습니다. 숙모는 새참에, 삼시세끼에 늦은 저녁까지 정지를 못 떠납니다. 평상에 내어진 밥상에 우리는 보리밥과 사과냉채, 아재들의 밥상에는 고봉밥에 호박나물과 가지무침이 살짝 보입니다.

카바이트 호야에서 소음이 납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려면 당시 20도 아니고 200만원이 든다고 했었습니다. 하드가 십원에 열개였는데 삼촌의 긴 한숨은 십여 년이 더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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