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규용 
○인터뷰 날짜: 2021.9.26
○인터뷰 장소: 암팡 사무실
○이주 연도: 1994 (29년 거주)
○생년: 1957 (66세)

아무런 정보 없이 해외에 나오기는 쉽지가 않다. 해외 취업을 하는 경우 현지 생활을 하면서 정보를 알게 되고 이것이 창업의 기반이 된다. 이분은 현지 여행사에 취직을 한 후 홀로서기를 한 경우로 말레이시아와 한국 간 관광 산업의 추이를 보여준다.

나는 한국에서 한진관광에 근무했다. 처음에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 업무를 하다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면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한국인 해외관광 업무(Outbound)를 3~4년 했다. 새로운 생활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1994년에 KL에 있는 말레이시아 여행사에서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직원을 뽑아서 오게 되었다. 그 여행사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여행사에 속했다. 급여는 낮았지만 숙소로 아파트를 제공해 주었다. 이 여행사에서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여행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했다. 말레이시아 말은 못 했지만 사업은 중국계가 많이 하고 있어서 영어로 소통이 되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동남아 여행이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홍방싱이라고 홍콩, 방콕, 싱가포르 코스가 대부분이었고, 싱가포르 건너 조호바루(Johor Baharu)나 싱가포르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인도네시아 바탐(Batam) 섬을 다녀가는 정도였다. 말레이시아 본토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이후 동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한국과 직항이 생기면서 코타키나발루가 인기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자연이 아름다워 유럽인이 선호했다. 바틱(Batik) 루트라고 2주 정도 걸리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다.

그때 말레이시아에는 한국인들이 3천 명 정도 있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에 비행기도 자주 다니지 않았고 한국 물건도 귀했다. 한국 슈퍼가 암팡에 하나밖에 없었는데 유효기간이 지난 물건도 아무 불평 없이 샀다. 당시에는 KL이 한국보다 더 국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삐삐를 사용했는데 KL에서는 모토롤라 무선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업무도 전산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IBM AS400이 깔려 있었다. 한국에서 근무하던 회사는 부서 전체에 컴퓨터 한 대가 있을까 말까였는데 KL 근무회사에서는 개인별 컴퓨터가 있어 모든 업무가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의사소통도 이메일로 했다.

1997년 IMF로 한국에서는 타격을 입고 해외여행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대우건설에서 국영 텔레콤 건물을 시공하는 등 건설 붐(성황)이 있었다. 나는 여행사에서 한국 D건설 회사로 전직해서 관리 담당 업무를 하게 됐다. 한국 건설회사에서는 엔지니어와 반장급 이상 관리직을 제외하고 노무직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이었다.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아야 했는데 발급이 너무 느려서 애로가 많았다.

아는 분이 야외 푸드 코트를 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내가 맡게 되었다. 자릿세를 하루에 30링깃을 내고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생생우동, 라면, 덮밥 같은 것을 팔았다. 한류가 들어오기 전이라 한국음식이 생소해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우리 가게 앞에 오면 고개를 홱 돌렸다. 천장이 없는 야외 가게였는데 비가 오면 피할 곳도 없이 쫄딱 맞았다. 돈은 벌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다. 2002년에 ‘겨울 연가’가 나왔다. 그때는 비디오로 봤는데 중국어로 더빙이 되어 있는 것 16개짜리 한 다발을 빌려와서 봤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겨울연가를 아주 좋아했고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인의 생활을 보고 한국음식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홀로 여행사를 하고 있다, 2018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484,528명(말레이시아 관광국)이고 한국을 방문한 말레이시아인 관광객 수는 308,152명(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이었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여행업이 타격을 받았다. 다시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암팡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

암팡에 아파트를 마련했고 아들이 한국에 취업해서 큰 경제적 부담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검사 등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아들을 만날 겸 한국에 간다. 아직은 건강한 편이고 말레이시아를 떠날 생각은 없다. 한국어교원학위과정을 온라인으로 들으며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는 부업도 준비하고 있다.

현지인과의 교류를 위해 매주 토요일 해시(Hash)클럽 활동을 한다. 이 활동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영국인들이 처음 시작했다. 오후 5시에 모여 산행을 2시간 정도 하고 난 후 음료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얼음 위에 앉히는 벌칙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사업이나 정치와 관계없어 유쾌하고 건강도 좋아진다. 이 단체에서는 별명을 부르는데 나는 통갓 Lee이다. 통캇은 ‘지팡이’라는 뜻으로 통캇 알리(Tongkat Ali)라는 약초도 있다. 15년 정도 활동하고 있는데 현지인 친구 특히 중국계 친구들을 만나 가까워졌고 현지의 지리와 자연, 환경보호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나무가 썩어 흙이 되어 가는 과정도 보고, 택지 개발을 한 후 사용하지 않아 훼손된 자연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해시 활동을 통해 자연도 접하게 되고 현지인들과도 친해져서 좋은 점이 많다. 한국분들은 골프를 많이 치는데 아직 고무나무를 보지 못한 분도 있다. 다른 한국분들도 참여했으면 좋겠다.

― 배명숙, 서규원, 이규용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키나발루 산행 후 말레이시아 회원들과 (사진=이규용)

배명숙 기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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