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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 이재무
김순조 기자 | 승인 2023.09.21 18:33

                혁 명

                                    이재무

무릇 혁명을 꿈꾸는 자
꽃나무를 닮아야겠다
가지가 꺾이고 줄기가 베여도
뿌리 남아 있는 한 악착같이 잎 틔우고
꽃 피워 마침내 열매 맺어야겠다
저마다의 외로움을 나이테로 새기면서
지평을 푸르게 물들이다가
꽃들을 다 내려놓고 쓰러져야겠다
이웃한 나무들의 거름으로



레몬밤이라는 식물을 구경하다가 잎의 향기에 취해 구입했다. 언제인가 딸에게 선물 받았던 레몬밤차… 그 향기는 잊었다. 첫걸음에 나는 레몬밤의 생잎을 하나 떼어 입에 넣었다.
청계천 다리 위에서 바다고둥을 파는 이에게도 레몬밤 한 잎을 건네었다. 지나던 이가 그 잎의 향기를 맡더니 박하네라고 했다. 나는 맘속으로만 박하도 생잎에 향기가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라고 말했다.

아무 도구도 없이 돌을 하나 주워 화단의 흙을 얕게 헤친 후에 레몬밤을 심었다. 레몬밤 가지 웃대들은 몽땅 잘라서 삽주했다. 
다음 다음날인가. 가을비가 내려서인지 화단에 풀을 뽑았던 자리엔 온통 어떤 새싹들이 자라났다. 레몬밤이 있는 위치를 침범한 새싹들. 모두 뽑아내고는 두 손으로 흙까지 떠다가 뽑아놓은 새싹 위에 덮었다.
나는 대야에 물을 담아와 거뭇거뭇해진 레몬밤 삽주에도 물을 잔뜩 뿌렸다. 삽주한 레몬밤 가지에서 잎이 살아나기를 기대하였는데 이재무의 시 혁명 중에서 마지막 단락을 읽었다.

“지평을 푸르게 물들이다가/ 꽃들을 다내려놓고 쓰러져야겠다./ 이웃한 나무들의 거름으로”를 읽고는 레몬밤의 삽주가 살아나길 기대했으나 그대로 거름이 되는 일도 뜻깊겠다고 여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여름이다. 덥다… 가을비가 곡식과 과일 수확에는 도움이 안 된다… 여름 막바지 더위는 벼가 익어가는 데에 꼭 필요하다… 과일도 뜨거운 햇빛을 받아야 달고 맛있다… 등등의 각자도생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가을비가 두 차례나 며칠을 건너 내렸다. 그사이에 나는 외출하며 비닐우산을 두 개나 사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들여다보게 된 화단에 레몬밤과 이름 모를 새싹들이 가을비에 싱그럽기도 하다. 특히나 레몬밤의 생잎 하나를 손으로 문질러보며 맡는 향기에 다시 취한다.

글. 김순조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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