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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08.30 11:58

며칠 동안 프랑크푸르트를 기점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기차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에는 중심에 슈프레강이 흐르고 그 강의 북쪽에 박물관들이 모여있어서 박물관 섬(Museum Island)을 이루고 여러 박물관들이 있다. 그 중 제일 인기 많은 페르가몬 박물관으로 향해서 발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였고 드디어 도착해서 줄을 섰다. 한여름 뙤약볕에 한 시간 이상 줄을 선다는 건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드디어 입장을 하자마자 이곳이 중동인지 독일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좌]신바빌론 시대에 건축된 문으로 용, 사자, 황소가 특수제작된 벽돌로 장식되어 있으며 섬세하고 푸른색의 건축물에 압도된다. [우]튀르케의 밀레투스 지방에서 발굴된 시장 문으로 기원전 2세의 그리스 건축양식으로 웅장함이 그 당시 번성했음을 알려준다.

 

첫 번째 이슈타르의 문(Ishtar Gate)을 보는 순간 푸른 벽돌의 바탕에 정교한 여러 마리 동물들 그리고 황금빛 사자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섬겼던 동물 신들이 문양으로 모자이크되어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한다. 이슈타르 문은 B.C 6세기 신바빌로니아의 국왕에 의해 건설된 바빌론 성곽의 8번째 문이라 한다. 그러니 2500년도 훨씬 전이다. 시간을 뛰어넘어 까마득한 미래인들과 마주한 이슈타르문에 깃든 영혼들은 고향으로 가고 싶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 문은 20세기 초에 지금의 이라크에서 발굴되었으며 독일에서 그 벽돌들을 가져다 오랜 기간 동안 복원을 하였다. 통째로 뜯어온 느낌인데 베를린은 잠시 잊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들어선다. 그 당시 화려했던 문명의 위대함에 잠시 넋을 잃고 한참을 지켜보다가 다시 페르가몬 대 제단으로 가본다.

페르가몬 대제단(Great Altar of Pergamon)은 ‘제우스의 신전’이라고도 하며 제우스와 아테나를 모신 제단이다. 이것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튀르키의 이즈미르에서 헐값으로 사들여와 복원하고 거대한 사이즈에 맞춰 박물관을 지었을 정도이다. 이곳은 맨 위층에 올라가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한 컷에는 무리다. 사진촬영 기술이 없으니 제대로 된 사진은 포기해야 할 듯하다. 이젠 웅장한 규모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다음 밀레투스 시장문으로 향한다.

밀레투스 시장의 문(Market Gate of Miletus)은 기원전 2세 로마건축물이며 지금의 튀르케 이오니아 지방의 큰 중심도시였다. 시장으로 통하는 문이라는데 로마시대의 유물이 오스만 터어키와 독일제국과 관계가 좋았을 때 마구 독일로 들여와서 오랜 기간 동안 복원되었다. 지금은 튀르케가 문화재 반환 요구를 하여 국제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한다.
 
고고학자들의 눈부신 성과이긴 하지만 제국주의 팽창시대에 영국이 가장 앞서서 문화재 약탈을 하였고 프랑스 독일도 뒤질세라 가세하였다. 그들의 탐욕은 끝 간데없었고 문화재를 약탈당한 약소국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선물이나 아니면 거의 거저 주다시피 했다.
 
대영제국 루브르, 독일 박물관 등의 화려한 유물들은 무언의 항변을 하고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제 자리로 가고 싶어 할 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해선지 비애와 울분이 동시에 올라온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그 나라 고유한 문화재를 본다는 게 당연한 건데 지금은 약소국이지만 과거에는 찬란한 문화를 누렸던 국가들이 아니었던가? 페르가몬을 비롯 유럽 여러 대형 박물관을 다녀오고는 감탄 뒤에 씁쓸함이 자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인지 되묻고 싶다. 20년 전 미국, 영국이 이라크 침공 와중에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이라크박물관이 시민들에 의해 유물 대부분이 약탈당해서 황폐화되었다 한다. 자국민이나 타국민의 문화재 약탈은 눈먼자들의 범죄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고고학자들의 고대유물을 통째로 뜯어가서 복원 보존하는 일은 다를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페르가몬 대신전은 제우스 신전이라고도 한다. 이 건축물로 튀르케에서 통째로 가져와서 복원했다.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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