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권병하
○인터뷰 날짜: 2021.10.29
○인터뷰 장소: 몽키아라 도마 한국인 식당
○이주 연도: 1982 (39년 거주)

회사 헤닉권(Henikwon Corporation Sdn. Bhd.)은 2007년 말레이시아 황금황소상(Golden Bull Award)을 받았다. 이 상은 말레이시아에 등록된 회사로 연간 거래액이 2년 이상 5백만 링깃(15억원, 환율 300원) 이상인 기업에게 주는 상이다. 이 회사의 대표가 권병하 씨다. 현재는 테크노맥스 인터내셔널의 대표이다. 헤닉권이라는 회사명은 회사 설립할 때 동업을 한 Henry와 Nik 그리고 본인의 성 Kwon으로 지었다. 그는 1982년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이주 초창기인으로 기업인으로 거둔 이익을 말레이시아와 한국인 공동체를 위해 환원한 것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2006년 말레이시아 국왕으로부터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백작(Dato)’ 작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을 한 것도 특별하다. 

한국 경북 예천군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영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1983년 회사를 그만두고 1천6백 달러를 들고 홀로 말레이시아로 왔다. 다니던 회사가 무역을 했고 회사에서 담당하던 지역이 아시아라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그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을 때는 호텔이 몇 개 없었다. Merlin호텔에 묵었는데 하루에 50링깃이었다. 이후 Jalan Imbi에 있는 가옥으로 옮겼는데 1층에 식당과 부엌, 가정부 방이 있고 2층에는 침실이 3개 있었다. 한 달에 120링깃이었다. 

당시에 한국인 의사가 5명 있었다. 이 의사들 중 4명은 미국으로 재이주했고 여의사 1명은 서울로 돌아갔다. 34대 한인회 회장 윤선규 씨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0년대 초에 한국인이 20~50명 정도 있었는데 의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한국인이 정착한 것은 세계보건기구가 한국에 44명의 의사를 요청해 한국인 의사가 부임하면서부터이다. 또한 베트남을 거쳐서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 후 말레이시아 건설부의 요청으로 건설 관계자 수 명이 입국했다.

낯선 쿠알라룸푸르에서 홀로 지내며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호텔 근처에 있던 공구상 거리에 갔다가 말레이시아에서 팔던 산소용접기용 노즐이 값비싼 일본산이라는 것을 알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 팔아 보기로 했다. 공구 도매상은 한국에서 가져온 노즐을 사들였고, 여기서 번 돈으로 조그만 사무실을 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시멘트 전봇대 사업도 시작됐다. 당시 말레이시아에는 전봇대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썩지 않게 페인트를 칠해야 했다. 나무가 아닌 시멘트로 전봇대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싶었다. 그는 현지 국영 전력회사를 찾아가 사업 계획을 설명했고, 한국에서 전봇대를 만들 기술자를 데려왔다. 당시 한국 기업이 말레이시아에 시멘트공장을 세울 때라 전봇대에 쓸 시멘트는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 당시에 아세아 시멘트와 한라시멘트가 있었다. 시멘트 사업체 성공 이후에 전력공급전달장치인 부스덕트(Bus Duct)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부스덕트의 95%를 전 세계로 수출했다.

그리고 산업용 수소수 생성기도 제조했다. 산업용 수소수는 식품 생산 기계에 끼는 오염물질 제거, 병원 등 의료시설의 친환경 소독, 세제가 필요 없는 자동차 세차 등 다양한 응용을 통해 시장을 키웠다. 셸(Shell)의 말레이시아 주유소 세차장에 수소수를 만들어 쓰면 세제가 필요 없다는 것을 설명했고, 셸 측에서는 친환경 방식이라며 적극 도입했다. 최근에는 대형 할인마트에도 공급하여 판로를 넓혔다. 권 회장은 현지인을 채용하는 전략으로 초기 시장 진입과 현지 토착화도 순조로울 수 있었다. 그는 은퇴할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말레이시아 사회에 장학사업으로 보답했다. 150만 달러를 출연해 헤닉권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월급 수준이 낮은 현지 경찰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말라야 대학의 한국학과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말라야 대학 동아시아학과에 한국학 세부 전공이 만들어지던 초기에 김성진 교수의 요청을 받고 5~6명 되는 학생들에게 연간 1,200링깃 전액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한국학교 설립에도 앞장섰다. 한국인들이 모금한 기부금과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교지 매입과 교사 신축, 교육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총 36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했다. 말레이시아 한국인사회에서 55%인 20억원을, 한국 국고에서 나머지 45%인 16억원이 지원됐다. 한국학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25∼35㎞ 떨어진 셀랑고르주 사이버자야에 3층 건물로 지어졌다. 한국 교육부로부터 재외한국학교로 승인을 받고 한국 정규 교육과정에 더해 영어와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며 첫해인 2016년에는 유치원 14명, 초등학교 70명 등 84명이 입학했다.  한국 교육부는 교장과 교사 등 교원을 파견해 안정적인 초기 운영을 지원했다.

딸이 3명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은 한국에서 나왔다. 큰딸은 숙대 경영학과, 둘째 딸은 고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하바드대학원, 셋째 딸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일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를 사랑하고 말레이시아를 떠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뿌리 또한 잊지 않았다. 30년 이상 된 한인회 설립 문서를 아직도 간직하고 이 글을 쓰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이분은 따로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후학에게 미룬다.

― 배명숙, 서규원, 이규용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좌]2012. 한국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 회사(corporation) 설립 승인.  [우]2016. 한국교육부에서 말레이시아한국학교 운영승인서를 받음.

배명숙 기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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