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세수
○인터뷰 날짜: 2021.11.14
○인터뷰 장소: 앙팡 사무실
○이주 연도: 1983 (39년 거주)
○생년: 1955 (67세)

1983년 27세에 SK건설에서 말레이시아로 파견을 받았다. 남산자유연합에서 교육을 받고 직항이 없어서 대만 타이페이-코타 키나발루-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당시 한국 건설업 붐이 시작될 때로 나는 엔지니어 일과 영어 문서 수발을 했다. 도면을 보고 배우면서 현장 미팅과 인스펙션(점검)을 하고 공사금액 클레임(청구)을 하고 미수금 회수에 하자보수까지 같은 현장에서 8년을 있었다. 주재원이 부임할 때 부인과 자녀들이 같이 왔다. 영어가 부족한 학부모를 위해 국제학교 입학과 재학기간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한 안내를 하다가 교육 컨설팅이 시작되었고 98년부터 말레이시아 최초의 유학원을 시작했다.

한국인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세 차례의 집단 유입이 있었다. 한국인의 말레이시아 1차 러시(Rush유입)는 80년대 건설 경기 때문이었다. “제가 말레이시아로 발령받았던 80년대 초에는 17개 건설회사가 20여 개의 현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도로공사, 다리공사, 고층건물 공사 현장이 20개라는 것은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에 한국인들이 주름잡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70년대 중동 해외건설 이후 최고의 현장이었고, 현지 건설업체들이 한국회사 하청을 받으려고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습니다.”라고 김세수 원장이 회고한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었다는 13㎞의 페낭 대교, 그 당시만 해도 최고층인 54층을 건설한 경남기업, 고속도로, 주상복합상가 등을 건설하기 위해 삼환, 선경, 삼익, 한라, 대림, 대우 등 17개의 건설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이때만 해도 건설업체는 가족동반이 사치였고, 공사하러 보냈지, 애들과 놀라고 보낸 게 아니라는 게 본사의 방침이었다. 그러니 교민이 많을 수 없었고, 학생도 몇 명 없었다.

옛날에는 건설회사 직원들이 달러 아끼려고 가족 없이 한 집에서 합숙 비슷하게 몰려 살았다. 임원은 넓고 목욕탕이 딸린 마스터 베드룸(큰방)에, 부장급은 작지만 그래도 독방에, 그리고 직원들은 거실을 합판으로 막아서 침대 하나씩 놓고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는 것이었다. 목수들이 있으니 돈 들 것도 없고 2~3일 만에 독방들이 엄청 생겼다.

2차 러쉬(유입)는 제조업 투자 때문이었다. 89년경 대부분의 건설회사가 철수하고 90년대 초에 제조업에 한국회사들이 몰려왔다. 삼성그룹, 대우그룹, LG그룹 공장들과 그 협력업체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공항에는 직원들과 가족들이 매일 오고 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삼성그룹에서는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성의 세렘반 복합단지를 필두로 그 협력업체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86년부터 개방한 말레이시아 외국인 투자 제도 덕분에, 외국인이 주식을 100% 소유할 수도 있고, 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니, 인건비 저렴하고 영어 잘하고, 물가 싸고, 인프라 잘 된 이 나라가 투자 선호국이 되었다. 

이때 주재원은 가족동반이 기본이고, 엄마들이 나왔으니 자녀교육에 열성을 보이기 마련이고, 시어머니, 제사·경조사 없는 이 나라에, 골프 치기 좋고, 더구나 교육환경이 우수하니, 한국에 들어가지 말자고 남편을 졸라 주저앉게 되고, 여러 나라 지사에 나가 봤지만 물가도 싸고 사람 대접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마침 불어 닥친 투자 붐 덕분에 세계 최고층 쌍둥이 건물을 삼성이 건설했고, 대우가 한꺼번에 4개 현장을 갖고 있었고, 대림과 현대가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으니 한국판이었다. 공장이고 현장이고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폼도 나고 해서, 이 더위에도 현지인들이 작업복 구해 입고 다니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다. 한국회사에 취직하면, 창립기념일에 수건이라도 한 장씩 돌려주니 이 또한 이 나라에서는 새로운 발상이었다. 월급 많이 주어 좋고 축구, 배드민턴에서 한국이 항상 우위에 있으니, 한국인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 시기에 회사 주재원들이 본사에 돌아가지 않고 주저앉는 사람이 하나둘 생겼는데, 100여 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매력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IMF 후에는 자의 반 타의 반 독립하여 더 늘었다.

세 번째는 유학 붐(성황)이다. 2000년부터 아름아름 들어오기 시작한 유학생들이 불어났다. 한국교육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말레이시아 교육환경이 좋다는 것은 여기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다 수긍하고 있고, 그 친척 친구들이 우리 애도 봐 달라는 식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들을 들들 볶지 않아도 영어는 물론 중국어, 골프, 수영, 피아노 등을 비싸지 않게 가르칠 수 있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말레이시아처럼 국제학교가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경제 형편에 맞게 국제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한국 교육도 시킬 수 있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도 배우고 사용할 수도 있다. 분교제도, 학점교환제도를 도입해서 선진국의 명문대학도 보낼 수 있었다. 미국의 상위 200개 대학 중 120개 대학에 이미 편입시켰고, 영국의 상위 100개 대학 중 60개 대학에 보낸 결과가 있는 곳이다.

말레이시아한국교육원. 말레이시아의 한국 교육을 지원한다.

2002년 말레이시아 한국인 인구는 약 3,500명 선이었다. 2007년에는 건설공사 현장은 한 개도 없고, 제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점차 줄어들었는데, 인구는 약 3배가 넘는 12,000명이 되었다. 기업에 근무하는 인구가 아니라 조기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주류가 되었다.

한국인사회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2002년 암팡에 약 7~8개의 식당이 있었는데 2007년에 30개가 넘었다. 암팡이 코리안 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들이 하는 업종도 다양해졌다. 전에 없던 미술학원, 음악학원, 무용학원, 골프연습학원, 보습학원, 영어학원, 홈스테이를 비롯한 등하교 시켜주는 서비스, 공항 픽업서비스, 컴퓨터 수리점, 한국수퍼, 한의원, 교민잡지, 교회, 미장원 등이 생겼다. 제일 두드러진 업종은 홈스테이다.

그전에는 유학이라는 게 없었고, 부모가 주재원으로 발령 나서 따라온 자녀들이 있었다. 유학비자의 가디언비자도 처음에는 6개월씩만 주었다가 학생과 같은 기간인 1년으로 늘어났다. 말레이시아는 국제학교 학생의 부모비자를 주는 전세계에선 몇 안 되는 나라이다. 말레이시아는 재학기간동안 엄마동반비자가 나오는 나라이다. 2005년부터 만료가 되어도 외국에 나가지 않고 말레이시아에 체재하면서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부터는 한국대사님이 이민국 사람들을 설득한 결과, 부모 양쪽에 가디언비자를 주기도 했었다.

IMF사태 이후부터 외국인에게 은행계좌 개설이 허용되지 않았다. 계좌가 없으니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고 날치기들이 성행했다. 2004년에 은행지점장을 설득해서 가디언비자로 계좌개설이 가능하게 했다. 2006년부터 한국인들의 아파트구입이 두드러졌는데, 1~2년 유학을 생각하고 왔던 분들이 말레이시아 유학이 좋다고 기간을 늘려 7~8년을 계획하고 심지어는 아주 이주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2007년부터 가디언비자가 있으면 주택융자도70%까지 받게 되었다.

2007년 현재 말레이시아 전역에 40개의 국제학교가 있었고 총 재학생이 약 30,000명이었다. 그중에 약 4,500명이 한국학생이었다. 대충 15%가 한국학생인 셈이었다. KL지역은 물론 페낭, 이포, 쿠칭, 코타키나발루, 조호에 있는 국제학교에도 한국학생이 없는 학교가 없었다. 한국인 유학생의 증가에는 김세수 유학원장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동시에 그는 유학생에게 한국인 학교 교육도 강조했다. 해외에 살기 때문에 얻는 게 있고 잃는 것이 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취하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 이해하여 이를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다른 나라의 풍물을 알게 되어 견문을 넓힐 수 있고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얻는 것이었다. 외국어교육을 확실히 시키니 나중에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특례생이 되면, 그 힘든 입시 경쟁에서도 대체로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갈 수 있으니 부모 잘 만나 고생을 덜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외에서 초등학교부터 있었던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한국으로 전학 가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특례로 대학은 들어갔지만 입시지옥에서 무장된, 한국에서 공부한 애들에게 왕따당하는 것이 당연했다. F학점 한두 개는 각오해야 했다. 일부 특례입학생들이 동료 재학생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당해 본 학생이 아니면 몰랐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낙제를 거듭하다 도태되기도 한다. 대학 들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나 들어가서가 문제였다.

그는 사범대학 출신으로 유학생 유치뿐 아니라 한국인학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한국인 주말학교 교장으로 한국인 사회를 위해 봉사했다. 말레이시아 한국인학교는 1974년 현지 Fatimah 유치원을 빌려서 유아반(9명), 초급반(26명), 상급반(7명), 중·고반(10명) 총 52명의 학생으로 출발했다. ‘조국을 떠나 생활방식, 언어 등을 달리하는 환경 속에서 결여되기 쉬운 학생들의 국가관과 국민정신을 배양하고 한국 교육과정에 따른 기초 및 기본 학력향상을 도모함으로써 자랑스러운 한국인 육성을 교육 목표로’ 했다.  대한민국 교육부에 등록이 되었으며 대사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학교이다.  삼성, 대우, 현대, LG, 대한항공, 대사관, 코트라, 한인회 대표 그리고 자영업자 대표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1998년 교장으로 부임했고 총 학생 수는 약 350명, 초등학교는 Good Shepherd, 중고등학교는 거기서 차로 10분 거리의 Fairview 국제학교를 임대해서 썼다. 원래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모두 Good Shepherd에서 같이 가르쳤는데 학생 수가 늘어나다 보니 교실이 부족해 이 교실에서 저 교실로 책·걸상 들고 다니는 것이 1교시 풍경이었다. 강당을 4등분으로 막아서 교실로 쓰고, 유치부는 복도에서 하고, 4인이 사용하는 교무실은 10명의 교사들이 사용하고 있었고 교장 자리는 따로 없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은 오후반으로 했다. 그런데 에어컨이 없는 교실이다 보니 오후반은 더워서 교실이 한증막이라 중고등학생만 분리해서 Fairview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었다.

학교를 빌려서 쓰다 보니 더 이상 임대해 줄 수 없으니 나가라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주에 유리창 몇 장이 깨졌고, 2년 전에 교실 문짝이 파손된 것은 언제 변상할 것인가, 재봉실습실에 기물이 파괴되어서 실습에 큰 지장이 있다, 책상에 낙서하는 것도 가르치느냐, 이제는 성모상도 깨고, 어떻게 가르치길래 학생들이 이 모양이냐 등 이유가 다양했다. 결국 1999년 세이폴 학교로 옮겼으나 세이폴에서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불러서 한국학생들이 낙서를 한다, 부착물을 찢어 버렸다, 문짝이 부셔졌다, 뭐가 없어졌다 등 핀잔을 받았다. 독립된 한국학교를 마련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그는 도서관 확충에도 힘을 썼는데 재마 충청향우회에서 600여 권, 개인사업하는 분이 200여 권, 삼성그룹에서 500여 권을 기증해 도서관 서고가 꽉 찼다. 책값하고 수송비를 계산하면 1,500만 원도 넘을 것이다. 그가 퇴임한 2003년에는 연간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550명의 학생과 30명의 교사가 재직하는 세계 최대 주말 한국인학교였다.

말레이시아는 국제학교가 발달되어 있고 생활비가 싼 장점이 있다. 대학에는 Twinning 프로그램이 있어서 말레이시아 학위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학위도 딸 수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한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데에는 말레이시아 유학의 장점을 홍보하고, 유학생과 학부모에게 편리하도록 말레이시아 유학 시장의 문제점을 이민국과 국제학교에 건의하여 개선시키며 23년간 유학 컨설팅을 해 온 김세수 원장의 독보적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업계에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2006년부터 다른 유학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새로 유입되는 한국인들이 몽키아라로 몰리면서 2021년 암팡에서 몽키아라로 사무실을 옮겼다.

― 배명숙, 서규원, 이규용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배명숙 기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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