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토끼고사리
                              강성희(1958~ )

햇볕 잘 드는 자귀나무 밑
키 큰 고사리 밭에 몸 숨긴 토끼
안테나처럼 길게 뽑아 올린 두 귀
쫑긋쫑긋 읽어내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매의 발톱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살쾡이의 이빨

지난밤 새로 뻗어나간 칡 줄기
여린 순 끌어당겨 오물거리는 두 볼
촐랑거리는 다람쥐 쫓으며
팔짝팔짝  뛰어간 소나무 그늘 속
듬성듬성 솟아난 토끼고사리
토끼꼬리를 가리키며 익살스레 웃는다

쏟아질 듯 실려 있는 하얀 꽃
층층이 이고 있는 층층나무 밑

돌 틈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옹달샘 
다복하게 솟은 산토끼고사리와  눈 맞추는  산토끼
햇고사리 여린 잎에
또록또록 맺혀진 맑은 물방울

“토독 토독 따다다다”
오색딱다구리 마른 나무  쪼는 소리
물 마시려 고개 숙이던  어린 토끼 
다급하게 어미 품으로 뛰어들고
덩굴 속 앙증맞게 매달린 아기 산머루
햇살 움켜쥐고 해맑게 웃는다

―
강성희 시인은 첫 시집 ｢빛을 물고 오다｣에서 빛에 대한 희망, 강렬한 내면의 힘과 함께 삶을 이루려, 시를 이루려 한다. 대대로 이어온 산골 농부의 유전자를 잘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토끼고사리와 산토끼고사리가 다르다. ‘토끼고사리’는 잎 전체가 토끼꼬리처럼 보이고 ‘산토끼고사리’는 잎이 촘촘하며 다복하게 솟아난다. 조상님의 관찰력과 고사리 종류에 대한 이름 짓기도 섬세하다.
글: 김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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