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날짜: 2021.10.30
○인터뷰 장소: 수방 한국인 식당
○이주 연도: 1981 (40년 체류)

1977년 사우디에 나가서 일하다가 1981년 3월 현대가 케니르(Kenyir) 댐 건설을 할 때 말레이시아에 왔다. 케니르 댐은 수력 발전용으로 높이 150m, 길이 800m에 달했다. 술탄 마흐무드 발전소(Sultan Mahmud Power Station)가 있다. 1985년에 완공했다.

케니르(Kenyir) 댐 (현대건설, 1980~85)

뜨렁가누(Terengganu) 현장에 도착하려면 2-3시간 배를 타고 정글을 지나가야 했다. 중간에 물소 때문에 못 가기도 했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에게 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당시에는 현지인들이 한국을 몰랐다. 그때는 한국이 해외여행자유화가 되지 않아 해외에서 한국을 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외에서 손톱깎이에 적혀 있는 Made in Korea나 대한항공 비행기에 그려져 있는 태극기를 보고 울기도 했다.

케니르 댐은 밖에는 돌을 붙이고 안에는 자갈을 채우는 방식으로 근처의 돌산 하나를 폭파해서 옮겨와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저렴하게 공사를 할 수 있다. 돌산에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넣어서 발파한다. 이때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무선기를 가진 안전 요원이 밥 먹으러 간 사이에 모르고 발파를 해 안전 점검을 나온 경찰서장이 허리에 돌덩어리를 맞은 적도 있다. 

발파된 돌을 옮길 때는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쓴다. 중동현장에서 사용했던 고급중장비를 썼는데 와브코(Wabco), 캐터필러(Caterpillar) 등은 당시 한국에도 없었다. 덤프트럭 바퀴가 1m 80cm로 그 뒤에 사람이 있어도 안 보인다. 그래서 후진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 당시 말레이시아 현지인의 기술력이 안 되어서 한국인들이 직접 투입되어 운전을 가르쳤다. 말레이시아는 기술이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항상 훈련을 먼저 해야 했다. 페낭 다리를 건설할 때도 트레이닝 센터를 먼저 짓는 조건이었다. 현지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건설현장에는 사고가 많다. 나는 가슴 아픈 기억이 있어서 뜨렁가누 근처로는 가지 않았다. 아는 직원이 임기가 끝나고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인사를 왔다. 가로등도 없는 비포장 도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하루에 한번씩 열대성 소나기가 와서 길이 미끄럽다. 다음 날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고가 나면 관에 넣어서 한국으로 보냈다. 그래서 묘지는 남아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댐을 채우기 위해 돌을 날라야 하는데 봉급제가 아니고 나른 횟수에 따라 돈을 주었다. 그래서 위험한 길도 속도를 내서 달렸다. 그래서 사고가 많이 났다. 한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급하게 달렸다. 일한 만큼 돈을 버니까 한달에 한번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어쩌다 휴일이 되면 딱히 할 일도 없고 지쳐서 잠만 잤다. 가끔 낚시를 하기도 했다.

페낭 다리 현장에서도 많이 죽었다. 한국인과 말레이시아 사람 합쳐서 20명 정도 죽었다. 다리 위에서 일을 하면 바다 바람이 심해서 중심을 잃고 떨어져서 많이 죽었다. 바다 위에는 잔잔한데 밑에는 급류가 흘러 손이 꺾일 정도였다. 또 물이 울돌목처럼 뱅뱅 도는 곳도 있었다(Whirl pool).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나서 양성할 때 터지기도 한다. 이때 잠수부들이 들어가서 보수를 하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계가 없는 곳에서 작업을 하다 죽는 사고도 많았다.

현지인들과 언어 소통이 안 되었는데 말레이어를 A4용지에 4~5장 적어서 무조건 외웠다. 일을 하다 보면 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현지인들이 욕을 먼저 배우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인들은 뱀도 먹고 자라도 먹는다. 말레이인은 이런 것을 먹지 않으니까 한국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밤 새워 일한다는 것은 알았다. 근면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느낀 것 같았다.

81년에 전두환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그때는 비자가 2주일밖에 안 됐다. 교민간담회에서 비자 기간 연장을 요청했는데 이후에 3개월로 연장되었다. 나는 말레이시아가 좋아서 남았다. 그러다 보니 결혼도 늦게 했다. 딸이 둘 있는데 현지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취직해 회계 일을 한다. 나도 아직 건축 일을 하고 있다. 힘이 있을 때까지 계속하려고 한다.

― 배명숙, 서규원, 이규용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배명숙 기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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