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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 길 3인4각` / 도중대
한국여성연합신문 | 승인 2023.05.25 20:28

        시오리 길 3인4각

                                        도중대

엄니, 지가 시안에 다시 다녀갈게유
그랴, 야들아 애비 잘 부축해 가그라
할무니 큰엄니, 안녕히 계셔유
서방님, 살펴가셔유

논두렁 밭두렁 따라
에움길 시오리 길
고샅을 나와 봇도랑 건너
애기 모이똥 넘어가는
황톳길 시오리 길

성은 아부지 왼어깨 부축하고
나는 아부지 오른팔 매달려
이리저리 갈짓자로 흔들거린다

할아버지 황소 팔아 전대차고
어스름 달 가득 안고
허위허위 돌아오셨다는 길
큰아버지 화투판에 집문서 잡혀먹고
화판골 작은댁 들러 얼바람 맞고
새벽 달 흠뻑 젖어
허정허정 돌아오시던 길

아버지 토해내는 젓내기 술내에 취하고 
얼씨구절씨구 들뜬 가락에 취해
삼부자 오른발 왼발 발맞춰
갈짓자로 흔들거리는
3인4각의 길

끝도 없고 달도 없는
그믐날 밤 시오리 길
제 모신 우리 조상님들
환히 길 밝혀 주신다.

도중대 시집 「시오리 길 3인4각」 표지 그림

 

―작가노트
이 시는 내가 가장 아끼는 나의 대표적인 운률을 타는 토속서정시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명절. 제사를 지내러 1년에 4~5회 형과 함께 아버님을 모시고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가득 든 채 계룡산 진입지역인 두계 기차역에 내려서 구불구불 시오리 길 약 6~7㎞를 걸어 친할머니댁을 힘들게 찾아갑니다. 행사가 끝난 후 할머니께서 직접 빚으신 젓내기 술로 음복을 여러 잔 드셔서 술 취하신 아버님을 국민학생인 형과 내가 양편 팔을 매달리다시피 부축하면서 출발해서 다시 두계역을 향해 되돌아오는 장면을 묘사한 시 작품입니다. 그 길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손자로 이어지는 대대손손 가족의 삶의 역사가 진솔하게 담기고 찌든 가족사의 길이고, 도氏 집성촌 친족의 내력이 켜켜이 쌓인 세월과 역사의 길입니다. 또한 아버님이 취해서 부르시는 흥겨운 노랫가락과 걸으시는 흔들림 따라 형과 내가 함께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3인4각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우리 식구의 행복한 길입니다.


5월 22일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1층 전시실에서 도중대 시인의 첫시집 출판기념회와 詩사진전이 열렸다. 30년 근무했던 대학 교정의 곳곳에 꽃과 나무를 가꾼 추억이 시가 되었다. 은퇴 후에도 여전하게 꽃과 자연을 바라보며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 열의가 모두 시집에 담겼다. 친지와 문우들은 아낌없는 축하인사를 건네었다. 시인은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리라고 했다. 시집의 리뷰를 옮긴다.

오랜 시간 꽃밭을 가꾸어 온 도중대 시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이 농축된 꽃향기만큼이나 진하게 스며있다. 꽃을 사랑하듯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늘 향그럽고 따뜻할 것이다. -성춘복

도중대 시인의 시는 신선하다. 새벽에 핀 동백꽃잎에 맺힌 이슬 같다. 사랑이 함께하고 수줍어한다. 그의 시는 사랑이고 삶이고 아름다움이고 행복이다. -정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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