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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무덤` / 조용훈
김순조 기자 | 승인 2023.04.03 19:14

패널이 태양과 작심하고 대면한다. 집열판은 끝도 없이 도열해서 지상을 점령했다. 자세를 잡고 빛의 열기와 강도를 온몸 그대로 벌컥벌컥 흡입한다. 농경과 아슬하게 접경지를 구획한다. 팽팽한 긴장이 역력하다. 문명이 농경을 침범해서 의기양양 위세를 뽐내면 어떡할 것인가. 아직은 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그 사이 무덤은 집열판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주춤한다. 농작물 안에서 몸을 숨기고 피해 있거나 패널이 점령한 지역에서 길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푸른빛으로 아직 자신의 건재를 알리지만 왜소한 몸은 생존조차 버겁다. 작열하는 태양이 집열판 아래 강한 그늘을 만들지만, 무덤은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 갈증을 느낀다. 무덤은 농경과 문명 사이 위태롭게 위치해 미약하게 숨을 고른다. (글: 조용훈)


― 성묘를 다녀왔다. 언덕을 오르면 시숙부가 경작했던 논이 왼편에 있었다. 매도 후엔 새 주인이 인삼밭을 일구었다. 현재는 태양열 패널이 설치되었다. 펜스와 축대를 지나며 산골도 변하게 마련임을 최대한 인식하게 된다. 산골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발전이다. 작은 호수와 진달래와 할미꽃을 보며 작은 위로를 갖는다.

 

사진 김종범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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