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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의 전원생활
한국여성연합신문 | 승인 2023.02.21 23:13

1995년경이다. 내가 이렇게 빨리 전원생활을 하리라 짐작도 못 했었다라고 해방둥이인 큰언니가 말했다. 나는 한참 후에 선향이라고 부르는 집에 가보았다. 이사를 하기 전엔 빈집이었다. 전 주인은 자녀가 8남매였고 모두 그 집에서 태어나 자랐다. 구조는 외양간과 부엌을 빼면 방은 한 칸이었다.

소화십삼 1938년. 대들보 첫머리에 쓰인 한자를 읽었다. 봄에 핀 진달래와 그다음 시기들의 꽃들은 은방울꽃, 수국, 배향초, 칡꽃과 여로라는 식물도 있었다. 오디와 산밤도 넉넉했다. 초여름의 반딧불이와 가을 잣나무의 열매는 숲의 향기를 더 진하게 했으며 겨울에 피운 모닥불도 몰입을 하게 했다. 산새 울음, 스치는 바람 소리도 경이로웠다.

놀라움도 많았다. 칠흑 같다는 밤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큰언니도 밤의 무서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무섬도 안타는 줄 아나바. 십여 년 후엔 이장님의 민원으로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나는 어느 해 이른 봄에 김칫독을 열려다가 또아리를 튼 뱀을 모르고 만졌다. 아악! 소릴 치고 뒤돌아와 부엌문 앞에서 걸거치는 바구니를 치우려는데 거기도 뱀이 있었다. 두 뱀은 나보다 더 놀라 산쪽으로 도망갔다.

어느 해 가을 문턱을 한참 지나고 큰언니가 많이 아팠다. 작은언니와 함께 선향 방문을 하게 되었다. 멧돼지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차의 창을 닫고 그 자릴 지나가기도 했다. 마당 한 켠엔 멧돼지의 둔덕으로 보이는 질퍽한 웅덩이가 있었다.

조수일 작가의 그림은 큰언니의 선향을 기억하게 했다. 다양한 추억이 있는 집과 자연의 마당이 거의 흡사했다. 힐링! 또 힐링! 2000년 중반쯤에 선향은 몇 해나 비어있었다. 언니는 제대로 된 난방이 필요하다며 심야전기보일러를 놓느라 리모델링을 했다. 현관을 만들었으며 옛 민가의 형태는 없다.

글: 김 율리아나

 

그림 조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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