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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음 편히 눈 감을 권리
김순조 기자 | 승인 2022.09.27 23:10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고문 정용숙 엘리사벳입니다.

저희 부모회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적 삶으로 성화되는, 동정의 대상이 아닌 성사의 권리를 가진 장애자녀를 둔 신앙인으로 사랑과 인내로써 장애자녀들의 교육받을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부모들의 모임입니다.

1991년 3월, 초대 김정남 바르나바 신부님께서 지도 신부님이셨으며 사회복지 회장 신부님을 저희 지도 신부님으로 모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자 하였으나 여의찮았고, 현재는 가톨릭사회사목국 부국장 하성룡 유스티노 신부님께서 지도 신부님으로 계십니다.

부모회 초대 회장님이셨던 이옥신 릿다 형님의 말씀으론 몇몇의 엄마들과 고(故) 양 수녀님의 노력으로 모임을 결성하였으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때라 부모회 홍보와 기금을 모으기 위해 남대문, 동평화시장을 걸어 다니시며 물건을 사서 부모회원들에게 팔아 기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모회원들을 위해 신부님을 모시고 신년·성탄 미사와 부모교육, 성지순례를 다녔고, 집에 계시는 발달장애인 가정을 부모회로 모시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하셨다 합니다.

저의 아들 김영일 미카엘(38세, 다운증후군 심한장애) 군이 초등 1학년 때 부모회에 가입하여 저 역시 많은 바자회를 열어 수익을 얻으려 애썼고,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각 성당에 문을 두드리고 우리 발달장애인들의 영성을 위해 성당 보좌신부님께 장애인 주일학교를 만들어 달라 말씀을 드리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교육부의 장애인주일학교도 생기고 발달장애인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져 한시름 놓았다지만 현재 38세의 아들을 보면 걱정거리가 더 많이 생기지요.

제 아들이 학령기 12년을 보낸 후 복지관에서 직업재활을 다니고 나니 갈 곳이 막막하여 가톨릭 산하 작업장에 입소시켜 10여 년을 다니게 하였습니다. 아들이 “가기 싫다”. “일하기 싫다” 하는 것을 달래고 달래 다니다가 임가공만 하니 살이 자꾸 찌고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집에서 운동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으로 과감히 그만두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2년을 저와 함께 집 근처의 헬스센터에서 운동과 수영을 하니 아들도 좋아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개발원에서 하는 ‘I got everything 카페’에서 취업의 문이 열려 하루 4시간 근무를 하게 되니 너무나 신나 하고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 발달장애인들도 그저 임가공 단순작업만 시킬 것이 아니라 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장애인들도 제 적성에 안 맞으면 과감히 직장을 탈피하는데 왜 우리 발달장애자녀들은 그저 자신의 의견이 없다 묵살당하고 부모 맘대로 사회복지사 맘대로 일을 시키며, 또 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야단치고 하는지 싶었습니다. 우리 발달장애인자녀들도 조금 늦지만, 생각이 있고 가슴이 있는 사람인데 싶어 제가 제 아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초대 회장님과 임원님들의 연세가 90세가 다 되어가고 장애자식들의 나이도 60세가 가까워 옵니다. 현재 아드님을 알파문구에 취업시켜 30년째 근속하고 있는 분도 계시고, 광주 엠마우스 1호 그룹홈을 만드신 형님도 계십니다. 그때 그 시절 마음에 맞는 분들과 돈을 모아 주택을 구입하여 그룹홈을 만들어 자녀분들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더 많은 분들은 집에서 거주하며 복지관과 작업장에서 단순임가공을 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하십니다. 부모로서 답답한 마음에 어찌 잠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내가 죽으면 내 사후 저 아이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그야말로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으로 잠에서 깨어 장애자녀를 바라보면 한숨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들이 많다 하소연하십니다.

또한, 저희 부모회뿐 아니라 최중증 발달장애 자녀들의 과잉행동발달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입소시키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의 도전적 행동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져 부모님들의 눈물과 한숨 속에 여기저기 정신병원을 알아보고 입소시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 어떻게 해 드려야 할지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저희 부모회에서는 올해 강릉의 ‘애지람’ 시설을 다녀오고 광주의 ‘엠마우스’와 최중증발달장애인 융합돌봄센터를 다녀왔습니다. 또한, 화성의 ‘해누리’라는 시설도 다녀왔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제 아이는 제집에서 살다 죽게 하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비장애 자녀들은 부모와 살다가 부모 사후 부모 집에서 사는데 왜 우리 장애자녀들은 내 집에서 살지 못하고 시설로 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어떻게 해서든 제 살던 거주지에서 살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강릉 ‘애지람’에서 장애인분들의 지역사회 거주생활을 직접 보고 난 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애지람은 ‘사회속으로’란 슬로건 아래 엄삼용 알로이시오 수사님께서 시설 내 발달장애인분들의 과감한 탈시설을 주관하여 강릉시의 지원으로 10개가 넘게 1인 홈, 2인 홈 거주시설을 만들고, 거주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내게 하고 있습니다. 수사님께서 광주 엠마우스 천노엘 신부님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첫마디가 기억납니다. “예수님을 또 십자가에 못 박을 겁니까?”

저는 ‘노인과 장애인들은 대도시의 문화시설이 이뤄져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장애인시설들은 대부분 지방의 대도시가 아닌 외곽에 많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병이 나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예전의 시설들, 센터들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탈시설과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2가지 주장이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탈시설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1인 또는 2인 홈에서 룸메이트들과 생활하며 시설센터의 담당자와 활동보조사, 활동지원사, 보건소의 간호담당자, 행정복지 주민센터 장애담당자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거주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야 합니다. 장애인들이 탈시설한 자리에는 정말 힘든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치료센터와 융합발전센터를 만들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개돼지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인권유린을 당하는 정신병원에 입소되지 않게 변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저희 가톨릭사회복지 역시 변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가톨릭사회복지의 발달장애시설 운영경험으로 축적된 발달장애인 및 노인복지 관련 운영시스템이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지역사회 자립지원정착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음에도 일부 탈시설운동 단체의 활동이 부각되어 가톨릭은 지역사회자립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발달장애 특성만큼이나 다양한 거주 선택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몇 해 전 강화도 성공회 우리 마을 견학을 가서 보니 깨끗한 시설 안에 콩나물공장과 커피찌꺼기로 연필을 제작하는 공장이 있어 그곳의 장애인분들은 적성에 맞는 곳에 들어가 일을 하며 급여를 받는다 했습니다. 그곳의 장애인분들의 환한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90세의 김성수 주교님께서는 30인 발달장애인 노인요양시설의 조감도까지 다 만들었는데 현재 정부에서 10인 이상 시설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 때문에 중단하고 있다고 한탄을 하셨습니다.

우리 발달장애인들은 노화현상과 치매가 비장애인들보다 20년 빨리 오니 이젠 발달장애인 노인요양시설이 필요하다 하시며 가톨릭사회복지 주교님께 말씀드려 만들어보라고, 그래서 우리도 혜택을 좀 보자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곳을 나오면서 느낀 것은 주교님이 주춧돌이 되어 신부님 교육을 맡고 또 신부님은 사회복지사들의 교육과 관리를 하니 무탈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신교나 불교 어떤 종교도 발달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가톨릭은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관심을 쏟고 많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동반자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저희 가톨릭 사회복지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저는 답답합니다.

개신교의 많은 교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신앙교육부와 성인 신앙교육을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개선하려 하고 있고 또한 장애인시설과 발달장애인복지관 역시 많습니다. 또한, 현재에 맞는 정책으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사회복지는 개신교보다 먼저 사회복지를 내세웠으나 현재는 미비한 시설과 복지관이 있습니다. 또한, 각 성당에선 신앙교육부를 신설하고자 하여도 자금이 부족하다는 명목으로 피하고 있고 신부님들의 모르쇠와 무지가 신자들 속의 발달장애인들을 집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함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가톨릭 산하 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융합센터를 만들어 유치부부터 교육을 시키면 많은 발달장애인들의 도전적 행동이 덜 나올 것이고 한층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저희 부모회 역시 변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회는 커뮤니티센터로 발달장애 성인들의 현재 상황에 맞는 시설과 복지관을 연결시켜주고 거주시설을 연결시켜주고 사회복지사들을 교육시키는 커뮤니티센터로 거듭나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강릉의 애지람 시설의 엄삼용 수사님 같은 용기 있는 관리자가 많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서울에서 애지람 같은 시설이 생겨났음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부모들의 한탄과 눈물이 가슴에 흐르고 바다보다 더 깊은 걱정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매일 기도합니다. 저 아이보다 하루 더 살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닙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제 집에서, 제 거주지에서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제 아들이 제 사후에 제 집에서 편하게 즐겁게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제 아들이 성당에 가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주님께서는 저 아이의 기도를 아실 거라고. 저는 비록 알지 못하지만, 주님께서는 꼭 저 아이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임을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고문 정용숙 엘리사벳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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