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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베네치아
최서현 기자 | 승인 2022.01.14 00:17

베네치아(Venezia)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에 있는 도시로 8세기에서 18세기까지 베네치아 공국의 수도로 공화정을 천년 가까이 유지해온 자부심이 대단한 도시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선조는 훈족의 습격을 피해 해안가로 내려와 이주하여 정착을 하게 되었고, 9세기 초에는 갯벌 같은 습지와 작은 섬들을 이어서 4미터 길이의 말뚝을 촘촘히 박아 그 위에 석판을 깔고 성당과 건물을 하나씩 올리면서 도시국가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중세 때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특히 유럽상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이때는 국력도 최고로 달해 아드리아 해역을 포함, 이탈리아 본토로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7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주민의 3분의 1(5만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18세기에는 나폴레옹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그다음은 오스트리아 지배를 받아 천년 공화국의 자존심이 무너져 버렸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와의 통일전쟁에 패해서 베네치아를 이탈리아에 되돌려준다.

이렇게 복잡했던 역사는 뒤로 미루고 눈 앞에 펼쳐지는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은 눈부시게 도시를 비추며 관광객들의 엔돌핀을 솟아오르게 만든다.

수상택시에 오른 한국인 가이드는 오쏠레미오와 산타루치아를 불러주며 낯선 타향에서 고국의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대부분 한국인 현지 가이드는 성악 공부를 하러 왔다가 눌러앉는 경우이다.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 밑을 지난다. 조금 후 두칼레궁전을 보면서 바로 옆의 감옥을 이어주는 탄식의 다리도 바라본다. 섬지방치고는 엄청난 규모의 성당들에 놀란다.
반나절의 운하투어는 끝나고 짧은 거리는 곤돌라를 이용해본다. 곤돌라 뱃사공의 멋진 모습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케주얼복을 입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드디어 물에서 나와 뻘위에 세워진 베네치아를 밟는다. 산마르코 광장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광장은 베네치아의 심장부라 할 수 있으며 십자군 전쟁 이후 부유해진 베네치아는 비잔틴 양식과 오리엔트 양식을 혼합해 동양적인 느낌의 성당을 짓는다. 성당 정면에는 날개 달린 사자를 가운데 두고 네 천사가 수호하면서 서 있다. 이 성당은 마르코 성인을 수호신으로 하고 있다. 마르코 성인은 예수의 열두 사제 중 한 명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하였고 9세기경 베니스 상인이 무슬림 지배하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유골을 훔쳐와 이곳 광장에 성당을 세우고 안치했다. 그런데 왜 사자가 상징화되었을까? 세레자 요한이 예수님을 영접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듯해서 사자로 형상화 되었다 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을 만나고 감탄 어린 시선으로 둘러본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광장 아케이드에서 유명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뒷걸음쳐 나오기 바쁘다. 잠깐 바닥에 걸터앉아 피로를 풀고 다시 관광객으로 돌아간다.

엄청 많은 아케이드를 둘러보지만 주로 보석가게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가면(마스크) 선물샵이 많았고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가면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이들은 1년에 한번 사육제 때 가먼을 쓰고 축제를 즐긴다. 이 축제는 세계 3대 사육제 중 하나로 사순절 시작부터 재의 수요일까지 10일 동안 관광객과 더불어 모두 하나가 되어 춤을 포함한 퍼레이드와 성서 속의 이벤트를 한다.
우리의 하회탈은 풍자와 해학이 있는 탈춤용이라 쓰임새가 약간 다르다. 이곳의 탈은 단순히 눈만 가리는 나비 날개 모양의 탈부터 시작해서 온갖 동물의 탈을 뒤집어쓰고 일종의 일탈의 즐거움을 맛본다. 이들도 중세 때는 귀족과 평민이 어우러져 이때만큼은 신분을 잊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거의 절정에 다다라 올나이트를 한단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일몰시간이 다가왔다. 리알토 다리까지 왔건만 아름다운 석양은 날씨가 외면한다. 곧 미로 같은 골목길 작은 상점들을 돌아보지만 적어도 며칠은 더 묵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베네치아는 국제영화제 베니스비엔날레 등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며 영화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오래전에 본 영화 「베네치아의 죽음」은 주인공 독일의 음악가가 힐링을 위해 베네치아의 전망 좋은 집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는 사실 토마스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속에서는 음악가가 아닌 작가이다. 영화는 작가보다는 음악가로 그리고 있어 관람객에게 귀를 즐겁게 해주며 말러 교향곡을 배경음악으로 하여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아직도 영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피아노가 있는 넓은 거실과 창으로 들어오는 지중해 햇살… 주인공이 베네치아에 도착한 날 미소년이 나타나고 한눈에 반한 그를 사랑한다는 말은 못 하고 애를 태운다.동성애적인 욕망이 결국은 파국으로 치달아 전염병에 감염되어 주인공은 숨을 거둔다. 17세기에 실제 유행했던 흑사병을 연상시킨다. 또한 바그너도 가슴통증으로 인해 휴양차 왔다가 1년도 못되어 사망한다. 이 영화는 음악가와 흑사병으로의 죽음 등이 기묘하게 얽힌 그런 영화여서 아직도 명작으로 꼽힌다.

또한 문학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등이 있다. 그러나 제목을 보고 책을 골랐다가 처음 몇 장 만에 덮은 기억이 있다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도전하게 되었지만 가볍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 부끄러운 흑역사이기도하다. 또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 비발디도 이곳 출신이어서 그가 세례받은 성당과 또한 매일 저녁 관광객을 위해 그의 곡을 연주하는 성당 등 유명한 화가들의 갤러리, 박물관과 산타마리아 살루떼 대성당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해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갤러리 같은 느낌이다.

 

 

베네치아는 세월이 흘러 바닥이 점점 침하되고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져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날도 많아졌다. 그래서 매년 도시 유지를 위해 바닷물의 범람을 막고 보수공사를 하며 몇 백 년 된 건물이나 집들도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철거도 한다.
베네치아는 육지 쪽을 신시가지라 부르며 본섬 쪽은 구시가지라 한다. 지금은 주민 대부분은 신시가지에 주로 살고 있고, 구시가지 섬은 6만여 명에 불과하다.그 러나 연평균 관광객이 3천만 명을 웃돈다니 이제는 그만 오라며 주민들의 쾌적한 삶과 생태, 환경보호를 위해 시위도 한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기차역 건너편에 숙소를 정하고 산 비달(San Vidal) 성당에서 매주 밤에 열리는 비발디 음악도 들어보고 새벽 어시장도 가보며 미처 둘러보지 못한 갤러리와 지난번 실패했던 플로리안(Florian) 카페에서 달콤한 민트초콜릿을 마시며 생음악도 들어보고 싶다. 또한 뒷골목도 여유롭게 다녀보고 싶다. 점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을 피하고자 10일간을 택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턱없이 짧기만 하고 아쉬웠다.

한국에도 김포 장기동에 라베니체라는 바다를 낀 관광지가 있다고 들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져서 실망은 안 하게 될지 걱정이 앞서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명언을 믿고 기대해본다.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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