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꽃

                                김정조

금강산 화강암 봉우리 밑
온천 노천탕 곁에
꽃그늘로 드리워주는
타는 주황빛

정원에 심어 놓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꽃

노란빛 꽃술
은은한 정
당신도 내사랑 아시잖아요

여름 태양의 이글댐을
보기 좋게 머금었지요

어느 한 날도
활활 타오르는 붉은 꽃잎을
잊어본 적이 없어요

꽃이어서 행복함을

―
유월도 하순이다. 강남 사는 친구가 안부전화를 했다. 나는 강북에 산다. 친구가 사는 강남엔 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 병간호를 하다가 얼른 복도로 나와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 먹구름은 비를 쏟기엔 힘이 딸려 보였고 마치 코가 큰 남자가 실눈을 뜨고 힘을 주는 듯 파레이톨리아*로 보였다.
밀린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마치고 다시 하늘을 보았더니 먹구름은 이미 걷히고 흰구름만 펼쳐졌다. 남편이 잠든 시간에 나는 e-book 앱을 열었다. 김정조 시집 따스한 혹한을 읽었다. 자귀나무꽃이란 노래에서 공감되는 한 대목을 꼽아 적어 보았다.

“은은한 정… 내사랑 아시잖아요”

금강산 아래 온천으로 시인은 여행을 갔었나 보다. 남편의 병이 나으면, 코로나 이전에 가끔 갔었던 북한산 1호 온천이라도 갈 수 있는 날을 꼽아본다. 그곳 어느 농원에는 자귀나무꽃이 떨어져 주홍빛 주단을 깔아놓은 듯했던 풍광도 눈앞에 선하다.

*파레이톨리아 : 변상증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보는 무의미 형상에도 굳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한다. 사람과 동물 등의 모습을 구름과 벽지, 꽃 등에서 찾는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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