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오월

                                                권영옥

모란은 수직을 달리는 꽃불
뜨거운 감옥이다
벌의 더듬이가 꽃잎 속으로 들어오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깨에 접이식 통을 달고다닌다

통통한 입술을 좋아하니?
그 밤에 꽃불 타는 소리가 대단했다

벌이 긴 시간 동굴을 헤치면 발바닥은 낡고
꿀이 빠진다
오래된 향기
화단 한쪽에서 꽃잎이 떨어진다

어젯밤 모란의 염문이 뿌려진 정원에는
개미 떼가 분주하고
한낮이 돌아오자
벌의 날개는 작약을 향해 비행을 준비한다

미망인 그녀는 조용히 커튼을 친다

―
시집 『모르는 영역』 106쪽에 실린 ｢술렁이는 오월｣을 읽고 지나가 버린 봄을 서럽게 회상한다.
지난봄에 언니가 돌아갔다.
십오 년 전에 언니는 혼자 되었다. 봄을 수차례 보내면서도 그 봄의 꽃들은 모두 슬프게 기억났다.
겸사겸사 나는 언니가 있는 양평 정배리 선향에 자주 갔었다. 부엌에서 방충망을 열었는데 벌에 쏘였었다. 된장을 조금 벌에 쏘인 손에 얹었다. 낫긴 했으나 벌침이 남아 있어 얼른 빼내었다. 선향에 해당화가 핀 마당이 기억난다.

언니들 (1960년 경)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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