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안나가 웃으며 하는 말, “화목한 집은 극히 드무네!”
한 열흘간 세집의 장례를 치르면서 몸은 피로하지만, 정신은 상쾌했다.
잘 보내드렸지, 잘 보내드렸지…
소소하고 작은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사랑의 실천마저 왜들 그렇게 어려워하는지…

한낮 오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가셨다.”
“그래 고생했다. 지금 어디냐? 나도 곧 출발할게. 잠시 후 보자.”
초등 동창과 통화를 마친 후 서울 근교 ○○요양원으로 급히 갔다.

10년간의 오랜 요양원 生活, 그 긴 삶의 여정을 마치셨다. 96세의 여정 끝에 生의 마지막 여행길에 나서시는구나. 5남4녀 중의 맏상주인 친구와 두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요점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은 세브란스나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는 작은 일조차 신경이 쓰인다. 의사가 없는 요양원이라 外來, 공의(公醫) 의사를 급히 불렀다. 한 시간이 넘어서야 오셨다.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다행히 차도 크게 부서지지 않고 건강하게 오셨다. 긴박한 시간… 상주들은 병원에서 상복을 입고 3일간의 장례일정을 듣고 음식 도우미가 도착해서 도움을 받는 처음 몇 시간 동안 몹시 다급하고 불안해한다.

가족의 상복을 입혀드리고 화장장 예약을 마친 후 비로소 古人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냉장실 문을 열고 뵌 할머님의 모습은 오랜 병고답지 않게 곱게 늙으셨고 편안하신 모습이었다.
기나긴 삶의 끈, 그 힘든 짐의 무게를 벗어 놓으신 편안함일까? 다리가 많이 굽어 계셨다. 관에 모시기에도 힘든 웅크리신 자세 그대로 굳어지신 몸, 막내아들을 불렀다. 입원前 오랫동안 엄마를 모셨다는 그 아들에게 어머니 몸을 보여드리고, 염습 입관 시 모시기 편하게 어머님 다리를 같이 펴 드리자고…….
함께 조심스럽게, 더 굳기 전에 어머님 다리를 펴 드리는 일을 아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묶고 고정하고, 또 묶고 또 고정하고… 두 시간 남짓 끝에 편하게 두 다리를 고정해 드렸다. 다음날 오후 3시에 잡힌 염습 입관에 편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했다. 
유족과의 상담 중에 유난히 경직되고 냉랭한 분위기를 느꼈다. 화목하고 따뜻한 형제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아쉽구나!

제단 꽃을 설치後 초배상(조율시이 등 과일을 올린 작은 술상)을 차려 놓고 가족을 불러 첫 절을 드렸다. “지금 이 자리는 모친의 영정 앞에서 3일 장례 동안 어머님을 잘 모시겠다는 다짐의 자리이다. 우리는 이 3일간의 장례를 품위 있고 우아하게 어머님을 잘 모셔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喪主는 아들이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나는 선주이자, 軍의 야전사령관 역할이다. 함께 잘 모시자는 분위기로 가족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당당하고 품위 있는 리더의 역할!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친구, 친척, 지인의 장례행사가 心的으로 더 어렵다.
형제들끼리의 불협화음, 이질감 등을 극복하고 하이라이트인 내일 오후 입관時 관에 모셔드리는 마지막 모습은 마지막 보여줌의 품위, 편한 모습을 가족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품위, 절제, 편한 모습의 ‘보여줌’, 사실 삼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보여줌의 文化, 이 자리는 장례 3일 전체 과정 중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70% 이상이리라. 음식, 도우미, 운구차량, 장지의 선정 후 도착하는 과정 등등에서 한 치의 오류도 없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혼례처럼 사전 6개월, 1년 전부터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에서 가족들은 우왕좌왕 당황한다. 고인 할머니는 7남매를 훌륭히 키워 오시면서 이 시대의 가장 격변기인 왜정시대를 거처, 해방, 6·25, 절대 빈곤의 시대를 거쳐 오시면서 지금의 이 풍요한 대한민국을 만드신 위대한 세대이시다. 우리는 고마워해야 하고 마지막 여행길을 품위 있게 보내 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시작되었다. 잠을 쪼갤 수밖에 없다. 새벽 고속터미널의 꽃시장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숨이 가쁘게 진행을 한다. 온갖 정성과 차별된 준비를 보여주는 그 장소는 가볍지 않은 무게감, 엄숙, 품격의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감동의 장소이다. ‘禮’, ‘葬禮’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함께 보내는 귀한 시간이다. 우리는 화려함이나 꾸밈이 아닌 ‘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부부가 준비한 그 정성禮는 고인이 보고 있고, 가족이 느낌을 안다. 그것의 최고의 모심 자리이다. 지난 KAL 30년간 봉사자의 삶, Hospice 29년은 내 삶의 가치 기준을 많이 바꾸었다. 그리고 다양한 이별의 과정, 퇴직 후 갑자기 그림처럼 다가온 장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고인 염습 입관 후 성복제 제사를 마친 다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벽제시립화장장에 가는 자리에 리무진 차량을 추가로 권유해 드렸다. 맏상주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버스로 어머님을 모시겠다고…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지만, 이해를 했다. 9남매를 키우신 모친을 모실 경우 거의 리무진 차량으로 모신다. 초등동창 친구로서 또 상조 대표자로서 리무진 서비스를 부조하겠다는 내 제안도 거절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 화장 후 고인의 모실 자리에 대한 뚜렷한 답변이 없어 물었더니 散骨(뿌려드림)하겠다고 한다. 벽제서울시립승화원은 화장後 散骨을 원하는 유족에게 ‘유택동산’이라는 산골장소를 무료로 제공한다. 남이 뿌려진 그 위로 유골을 뿌려드린다는 내 설명도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아들들은 마지막 모시는 어머님을 리무진으로 모시고 싶었는데 많이 서운해하며 유골목함을 안고 서럽게 우는 모습이었다.
무엇일까? 이 의미는? 서운하지는 않을까?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의미인가? 섭섭한 장례를 다 마친 그 자리는 아쉬움과 석별의 자리가 아닌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다. 쓸쓸함! (2편으로 이어집니다.)

― 笑潭 주항유 (유일상조 대표)

이수정 기자  openpag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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