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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균이 사랑했던 화가 최재덕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
최서현 기자 | 승인 2021.04.18 19:01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화가와 문인들은 서로서로 버팀목이 되어 시대적 암흑기를 벗어나려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중 「와사등」으로 잘 알려진 김광균은 당시 어려웠던 화가들의 그림을 사주며 전시회를 열게 해 준 사업가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 자신도 독학으로 서양미술을 공부했던 미술애호가기도 했다.
그가 아꼈던 화가 중에는 김환기, 이중섭, 최재덕이 있었다. 김환기나 이중섭의 그림들은 그동안 어렵지 않게 보아왔던 터라 낯설지 않다. 하지만 최재덕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른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가 전시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그는 1916년 경남 산청의 큰 지주집안 태생으로 서울서 고등보통학교를 다닌 후 동경으로 가서 미술을 공부하고 서울과 도쿄 등에서 활동을 했다. 그러나 해방 후 미술동맹 간부로 활약했고 정부수립 후에는 이쾌대 화가 등과 함께 보도연맹에 가입했으며, 6·25전쟁 시에는 공산군 점령기에 서울에 등장한 조선미술가동맹에 가담한 이력 때문에 결국 월북하였다. 대한민국의 반공체제 속에서는 이런 예술인들을 일반에 공개하기에 터부시되었고 1988년에 해금조치가 이루어져서 일반에 공개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최재덕은 해금 예술인 중 미술계에 되돌아온 보석 같은 존재이다.

그의 그림 중 이번에 전시된 ‘한강의 플라타너스’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림을 본 지 꽤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푸른 에메랄드빛의 한강과 하늘, 그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포플러 나뭇잎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194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화폭 전체에 포플러나무를 가득 그려 넣고 그 사이에 하늘과 한강을 메꾸어 넣는 기법을 사용해서 그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원근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잎사귀가 눈부신 햇빛에 부딪히는 순간을 포착해서인지 더욱더 환상적으로 보인다. 미적 감수성의 풍요로움으로 감상자들에게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김광균의 외손자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후원회장에 걸맞게 예전에 외조부가 했던 일을 대신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덕수궁 석조전에서 우리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선물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5월30일(일)까지 계속된다.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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