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오피니언 오피니언
`알스트로메리아` / 파블로 네루다
김순조 기자 | 승인 2020.11.28 21:35

                알스트로메리아

                                파블로 네루다

이 1월달에, 알스트로메리아,
땅 밑에 묻혀 있던 그 꽃이
그 은신처로부터 고지대 황무지로 솟아오른다.
바위 정원에 핑크빛이 보인다.
내 눈은 모래 위의
그 친숙한 삼각형을 맞아들인다.
나는 놀란다.
그 창백한 꽃잎
이빨, 그 신비한 반점을 지닌
완벽한 요람,
그 부드러운 대칭을 이룬 불을 보며---
땅 밑에서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먼지, 바위 그리고 재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거기서
어떻게 그건 싹텄을까, 열심히, 맑게, 준비되어,
그 우아함을 세상으로 내밀었을까?
지하의 그 노동은 어땠을까?
그 형태는 언제 꽃가루와 하나가 됐을까?
그 형태는 언제 꽃가루와 하나가 됐을까?
어떻게 이슬은
그 캄캄한 데까지 스며내려
그 돌연한 꽃은
불의 뜨거운 쇄도처럼 피어올랐을까.
한 방울 한 방울,
한 가닥 한 가닥
그 메마른 곳이 덮일 때까지
그리고 장밋빛 속에서
공기가 향기를 퍼뜨리며 움직일 때까지,
마치 메마르고 황폐한 땅으로부터만 
어떤 충만, 어떤 개화,
사랑으로 증폭된 어떤 신선함이 솟아올랐다는 듯이?
1월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의 메마름을 바라보며, 지금은 수줍게, 생기있게
알스트로메리아의 부드러운
무리가 자라는데;
그리고 한때 돌 많고
메마른 평야 위로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물결치며 바람의 배가 지나갈 때.


―파블로 네루다 시집 /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Alstroemeria

 

교회 달력으로 보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알스트로메리아 꽃이 1월에 피어나는 칠레의 척박한 땅 어느 산중을 그려본다.
경험으론 꽃병에서도 이 꽃이 비교적 오래 피어 있다.  생명력이 강하다.
문학투사로 불리는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는 라틴아메리카 칠레 시인이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순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4537,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 80, 522호(명동2가, 가톨릭회관)  |  대표전화 : 02)727-2471  |  팩스 : 02)587-0708
등록번호 : 서울, 아03927   |  등록일 : 2015.10.07   |  발행인 : 정찬남  |  편집인 : 변자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자형
Copyright © 2021 한국여성연합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