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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비 효의왕후 한글 어필, 보물 지정 예고「만석군전·곽자의전」 보관한 오동나무 함… 함께 보물 지정 예고
변자형 기자 | 승인 2020.11.23 09:14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김씨(孝懿王后 金氏, 1753~1821)의 한글 글씨인 「만석군전·곽자의전」(서책 1책, 함 1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수) 밝혔다.

이 한글 어필(御筆)1)은 효의왕후가 조카 김종선(金宗善, 1766~1810)에게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萬石君石奮)2)과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郭子儀列傳)3)을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1794년(정조 18) 필사한 것이다.

효의왕후는 이 두 자료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충박질후 忠樸質厚)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근신퇴양 謹愼退讓)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龜鑑, 본보기)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발문에서 밝혔다. 따라서 이 어필책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한 왕후와 친정 식구들의 염원이 담긴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여닫이 뚜껑의 나무책갑에 보관된 어필은 ‘곤전4) 어필(坤殿御筆)’이라고 단정한 해서(楷書)5)로 쓰인 제목,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필사한 본문, 효의왕후 발문,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金基厚, 1747~1830)의 발문 순으로 구성되었다.

효의왕후의 한글 어필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한글흘림체의 범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書風)을 보여준다. 특히, 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크다. 또한,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적으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작 시기와 배경, 서예가가 분명해 조선시대 한글서예사의 기준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왕후 글씨의 보물 지정은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보물 제1627호)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어필책을 보관해 온 오동나무 함 겉에는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子孫其永寶藏, 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가문 대대로 전래된 역사성을 증명해주며, 원형 또한 잘 남아있어 함께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1)어필 : 역대 왕과 왕비의 글씨를 일컬음. 그림은 어화(御畵), 글은 어제(御製)라고 함
2)만석군전 : 한나라 경제(景帝) 때 벼슬을 한 석분(石糞, 기원전 220~기원전 124, 호 萬石君)의 일대기로, 벼슬길에 나아가서도 사람들을 공경하고 신중한 태도로 예의를 지켰고, 자식들을 잘 교육하여 아들 넷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녹봉이 만석(萬石)에 이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
3)곽자의전 : 당나라 무장 곽자의(郭子儀, 697~781)의 일대기로,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吐蕃, 오늘날의 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워 분양군왕(汾陽郡王)에 봉해졌다는 내용. 곽자의는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의 상징으로 조선시대에는 ‘곽분양(郭汾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음
4)곤전(坤殿) : 왕후가 거처한 궁궐의 처소 또는 왕후를 일컬음. 곤궁(坤宮), 중궁(中宮)이라고도 함
5)해서(楷書) : 서예사의 전개에 있어 전서(篆書), 예서(隸書) 다음으로 나타난 서체로, 흘려 쓰지 않고 정자로 바르게 쓴 한문서체

 

정조 비 효의왕후 한글 글씨, 「만석군전·곽자의전」 (사진=문화재청)

변자형 기자  asadan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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