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생태여행>
큰바위산 용늪에서 가을을 만나다
 -뚝사초에 단풍이 시작된 습지 식물의 천국-

 반만년 생태계의 신비를 담고 있는 대암산 용늪으로 가을을 만나러 가는 발길이 늘고 있다.
 ‘큰바위산’이라는 뜻의 대암산(1,304m)은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에 있는 산이며, 산자락부터 정상까지 바위들로 이루어진 험한 산이다. 이 산에 생태탐방로에 오색빛 옷을 입은 탐방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 용늪이 이탄층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생물이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용늪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생물들이 죽은 뒤에도 썩지 않고 그대로 쌓이기 때문에 짙은 갈색의 유기물층을 형성하는데 이것을 이탄층이라 한다. 용늪의 이탄층은 매우 강한 산성이며, 영양물질이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아서 산사초, 뚝사초, 물이끼, 개통발, 비로용담 등이 모여서 습지식물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용늪은 남한에서 처음 발견된 고층습원으로 우리나라가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제일 먼저 등록(‘97년)된 곳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물론, 삵, 기생꽃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하여 식물 343종, 동물 303종이 서식• 분포하여 한반도의 식생과 기후변화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뚝사초에 단풍이 들면 용늪에도 가을이 시작된다. 물이 너무 차고 영양분이 부족하여 물고기가 살지는 못하지만 잠자리, 물벼룩과 같은 작은 곤충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고 있으며, 북부지방의 습지에 분포하는 개통발, 높은 산지의 초원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인 닻꽃, 높은 산지의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자라는 바위구절초를 만날 수 있다.
 습지 특유의 안개가 사철 신비로움을 보이고, 독특한 생명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해마다 탐방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무분별한 출입으로 인한 생태자원의 소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하루에 출입허가 가능한 인원은 25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용늪 생태탐방을 하고 싶을 땐 먼저 인제군, 양구군 홈페이지에 출입신청을 하고 환경청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혜옥  79hye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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