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 속에 얽혀 산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은 그 인연에서 시작해 인연으로 끝난다. 그러나 인연에 내성이 강해진 삶은 향 없는 카레처럼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 순간, 무기력에 빠지고 결국 시나브로 스트레스는 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저자 이택규 또한 그런 삶의 굴레에서 허덕이던 사업가다. 늘 스트레스를 안고 하루에도 수십 번 겪는 온갖 감정의 변화에 휘달리면서 살았다. 그러던 그에게 필요한 치유제는 여행이었다. 어느 하나라도 기본 원칙에 충실하지 않을 때 탈이 나는 생활에서 스스로를 다스릴 비타민제로 여행을 선택한 것. 그러나 일상을 떠난 모든 여행이 다 치유제는 아니었다. 잠시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새로움일 뿐, 오래 기억에 남는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네팔 여행은 저자에게 새로운 인간학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택규의 네팔에서 보낸 일주일

문명의 속도와 관계없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미리 정보를 알고 가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을 만나게 된다. 낯선 언어, 낯선 향기, 낯선 풍광을 만나는 것은 외국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름이겠지만 저자는 네팔에서 상상 혹은 예상만으로는 결코 만나기 어려운 경험을 얻는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낯설지 않은 ‘인간의 향기’, ‘인간의 미소’를 간직하게 되었다. 어쩌면 네팔인의 민낯을 보고 제대로 살아가는 인간 철학의 바탕을 체득한 것이라 보여진다.

또한 저자는 네팔에서 나를 탐색하는 나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네팔이라는 나라 자체가 갖고 있는 독특한 풍경과 자연이 주는 분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학을 만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보인다.

이 책은 저자가 설렘에서 여행을 시작했지만 네팔에서 마음을 비우고, ‘진정한 나’를 찾아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낸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단순한 여행으로 시작한 여행에서 스스로 특별한 인간학을 만들어 냈다.

여정 중에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커피 공정무역에 관한 부분을 트랩티 회원답게 언급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과 네팔 바글롱 지역의 홀리차일드스쿨 방문이 그 인간학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네팔의 정신적 지주격인 포탈라 궁 등 라마교와 관련이 깊은 종교 성지를 둘려보면서 저자는 참나(초자아)를 경험하며 죽음에 대한 참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비록 여행기간은 찰나이지만 그 찰나에 영적 체험을 깊이 한 특별함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또한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네팔에 대한 애정, 아니 체득한 인간학을 실현하기 위해 후원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네팔 바글릉 지역의 홀리차일드스쿨 교사 신축 기금 후원사업이 그것이다.

즉, 저자에게 네팔은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참나의 가치를 깨닫고 미래를 기획해 가는 새로운 출발의 신호였다. 일주일, 그 200 시간 남짓한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시공간적 내용들이 200여 쪽에 함축되어 있다.

이택규 지음, ATstudio 출판(2017.06.10), 15,000원

이혜옥  79hye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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