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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한 채` / 이재무
김순조 기자 | 승인 2024.05.21 21:38

        적막 한 채
                                이재무

빈집 장광에 놓여있는 금 간 항아리
사나흘 전 다녀간 비가 바닥을 간신히 적시고 있다
구름이 얼비췄다 가고
달빛 혀 내밀어 맛보다 내빼고
엊그제 헛청에서 건너온 늙은 거미가
입구에 쳐놓은 그물엔 새벽 별 몇 송이 파닥거린다
한때는 얼마나 뜨거운 몸이었던가
사철 내내 짠 간장과 되직한 된장과
맵고 뜨거운 고추장 담고도 내색 없이 살았던 살(肉) 아니었던가
다 비워낸 자연으로 들어앉아
지금은 다만 산그늘, 산새 울음,
길 잃은 바람이나
들렀다 가는
적막 한 채



살아도 살아도 이렇게 그리워 본 적이 없었다.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이가 무한정 강을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너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 당혹스럽다. 습작소설 합평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있을 때였다. 얘기해야지 얘기해야지 하다가 모두가 잠잠해지는 순간 모두에게 적막이 흘렀었다.

 

정릉천변풍경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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