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오피니언 오피니언
`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 / 안익수
김순조 기자 | 승인 2023.02.16 21:18

        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안익수

가끔은 빨간 우체통에 손을 넣었어요 

달빛 물든 개천에게 물어도 보았어요
까치는 산가지 분지르지 않고
감나무 동쪽으로 문을 내었대요
어제와 오늘이
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아침햇살로 시간표를 지펴서
설익은 노을을 뜸 들이며 살았어요
바람이 군것질 할 첨을 놓고 가는데
주소를 찾아 나간 이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버스를 평생 못 타본 시조모님. 어느 날은 시아버님이 너그가 어서 집을 사라고 하며 가족이 모두 서울로 상경할 마음을 우리 부부에게 넌지시 언질하였었다. 그러고 삼 년이 안 되어 시조모님과 시아버님은 본가에서 돌아가셨다.

눈감으면 40년 전으로도 훌쩍 돌아간다. 산골 마을 냇가에는 깊은 용소가 있다. 난간이 없는 다리 곁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시조모님은 손주 부부인 우리에게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조모님과는 보통으로 수십 리 길을 걸어서 같이 다니었다고 남편이 추억 얘기를 했었다. 

시어머니는 결국 쌀가마와 제기들을 당신 시조카의 봉고차에 싣고 서울로 상경했다. 시조모님의 기일은 정월 대보름 하루 전인 열나흘. 시어머니는 기일과 명절에 제수 장만을 정성껏 하였다.

정월 대보름엔
먹을 거 따로 준비할 게 아니어. 제수 반찬으로 보름 아침을 먹으면 되는기라.
나는 어머니께
고기적은 밤제사를 지낸 후에 바로 먹자고 했다.
그라든동.

시조모님의 증손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상에 넓적한 고기적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이미 젓가락 들고 밥상에 앉았다.

삶은 닭도 묵자.
어머니는 닭다리를 뜯어 당신의 아들 밥 위에 얹었다.
어머니 드시죠.
아이다.
월랜 닭목이 더 맛있는 기네.

닭 모가지를 비트는 어머니의 손엔 이미 가슴살 한주먹이 손자들 앞접시로 날아갔다. 달빛이 밝아 아파트 베란다가 환했다.

시조모님 기일에 친척이 많이 오기는 열분도 더 되었으니 고무신 문수를 함 여쭈어 보아야했었는데 시어머님도 이미 고인이 되었다. 눈감으면 40년 전으로도 간다.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던 시어머님이 보였다.

 

부엌창으로 본 고래등 같은 구름과 개운산자락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순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4537,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 80, 522호(명동2가, 가톨릭회관)  |  대표전화 : 02-3444-0535  |  팩스 : 02)587-0708
등록번호 : 서울, 아03927   |  등록일 : 2015.10.07   |  발행인 : 정찬영  |  편집인 : 변자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자형
Copyright © 2023 한국여성연합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