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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무슬림 관습
배명숙 특파원 | 승인 2020.05.16 06:52

【말레이시아=크와뉴스】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른다”는 말이 있다. 나 자신도 한국에서는 한국식으로 살았다. 현재는 일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고 말레이시아식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맥주를 눈치보지 않고 마실 수 있고, 남녀가 같이 활동하는 것이 자유로우며, 언제든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다가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갑갑함도 있다. 그래서 다수의 문화를 따르라고 하는 것이 소수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역지사지로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Muslim)계 외국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다문화사회에 살면서 일방적으로 다수에게 따르라고 하기 보다는 소수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말레이시아의 관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말레이시아 법에는 살인, 강도, 절도, 강간, 허위 고발이나 중상 등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있지만 이슬람 법(샤리아, sharia)의 영향으로 법으로 제정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관습으로 자리잡은 내용도 있다. 김용운(2010)*이 소개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법에 따른 사례들에 기초하여 정리해 보았다.

음주에 관한 사례에는 까르띠까 사건을 들 수 있는데 까르띠까는 말레이계 무슬림 여성으로 2008년 말레이시아 빠항(Pahang) 주의 휴양지 체라팅(Cherating)의 리조트 바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불시단속에 적발되었다. 맥주를 마신 것 때문에 벌금 5천링깃과 태형 6대를 선고 받았다가 여성에 대한 태형이 국내외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아동복지시설에서 3주간 사회봉사 하는 것으로 종식되었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바(Bar)’라는 허용된 장소에서 마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무슬림이 아니라 하더라도 음주하는 자신의 모습이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인식될 지 알 필요가 있다. 

음식과 관련하여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 해가 있는 동안에 금식을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필수 업무 이외에 에너지를 쓰게 되는 다른 행사는 중단된다. 라마단 기간에 음식을 파는 것도 종교적으로는 죄가 된다. 따라서 무슬림이 많은 지역이나 기관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음식과 관련하여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돼지고기를 요리했던 칼이나 조리도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무슬림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다.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할랄(무슬림식 도축 방법) 재료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조리기구까지 바꾸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동료와 식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말레이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를 믿는 인도 타밀계는 소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닭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남녀관계에 관한 내용으로는 친족이 아닌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을 금하는 이크틸라뜨(ikhtilat)를 들 수 있다. 개방된 공간에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은 허용되지만 종교적 또는 관습적으로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남녀공학 학교가 있고 직장에도 남녀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이슬람 사원에는 남녀의 기도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직장 동료간에도 점심시간에는 남녀가 따로 식사를 하는 편이고 출장을 갈 경우에도 남녀 동료 단둘이 동승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장한다. 심지어 여성 혼자 남성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는 것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새로 도착해서 여러 가지 생활도구를 구입해야 하는 등 이성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경우 그 배우자가 어떻게 생각할 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것(enticing a female person) 또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으로 성희롱 등 원하지 않는 일이 있을 경우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면 된다.

남녀관계와 관련하여 말레이시아에서는 남녀간에 악수도 거의 하지 않는다. 2015년 한국의 한 아이돌 그룹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한 팬 미팅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남성 아이돌이 ‘드라마 장면 따라 하기’에 나온 여성 팬을 무대에서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수건)을 쓴 머리 위에 입술을 갖다 댄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공공장소에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식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복장은 온몸을 가리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더운 나라이지만 성인 여성들이 수영하는 것이 드물고 수영장에서도 히잡을 쓰고 긴바지와 긴팔을 입는다. 해녀복 또는 잠수복처럼 보인다. 한국에서 입던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평상복도 비치지 않는 두꺼운 옷감을 사용한다. 신체의 굴곡이 나타나서도 안 된다. 헐렁하고 길게 입는 것이 무난하다. 요즈음 멋을 부리는 젊은 사람들이 모던스타일(modern style)이라고 하여 허리선이 들어가게 하거나 엉덩이 윤곽이 드러나는 인어치마를 입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국인 여교사가 조깅할 때 입은 운동복이 몸에 너무 붙고 짧았다고 두고두고 회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레이시아 여성 수영복

무슬림에게는 금요일이 중요한 요일이다. 금요일에는 모든 무슬림 남자들이 사원에 모여 기도를 한다. 그래서 공무원들도 평소에는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지만 금요일에는 2시간 30분이다. 금요일 기도 시간에는 모든 공공기관의 업무가 중단되고 심지어 택시를 잡기도 힘들다. 조호 주와 끌란딴 주 등 무슬림이 강한 지역에서는 금요일을 휴일로 하고 일요일에 근무를 한다.

음주, 음식, 남녀관계, 복장, 기도 등 무슬림 관습을 이해하는 것이 다문화 시대에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용운, ‘샤리아형법의 태형에 관한 고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제21권 제4호(통권 제84호, 2010 겨울호), 301-342쪽.

배명숙 특파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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