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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잡록(稗官雜錄)](15) 우리 안의 국뽕애국심과는 다른 ‘국가주의’라는 병 극복해야
변자형 기자 | 승인 2019.09.18 12:53

카톡이나 밴드를 통해 잊어 먹을 만하면 전송되는 단골 콘텐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히 SNS 메시지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요. 일본과 관련한 내용들이 중복해서 많이 들어옵니다. 두 가지 정도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소개할 내용은 아베(Abe Shinzo)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는 일본국의 제90대, 96·97·98대 내각총리대신이죠. 그런데 그의 조부가 일제강점기 제9대 조선총독인 아베 노부유키(Abe Nobuyuki, 1875~1953)라는 겁니다.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하죠.

“조선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손자, 아베가 경제침략을 감행했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를 아시나요?
이름이 익숙하죠. 맞습니다. 현 일본총리 아베는 아베 노부유키의 친손자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마지막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친손자라는 내용의 카톡과 밴드 메시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내용은 ‘진짜뉴스’가 아닙니다.
같은 발음이라도 묘금도 유(劉)씨와 버들 류(柳)씨는 별개의 가문이죠. 정나라 정(鄭)씨와 고무래 정(丁)씨도 다른 혈통이고요. 아베 신조는 한자로 안배진삼(安倍晋三)이고, 그의 조부로 전파된 아베 노부유키는 한자가 아부신행(阿部信行)입니다. 우리한테는 같은 ‘Abe’지만 지금의 일본 총리는 ‘안배’씨고 마지막 조선총독은 ‘아부’씨기 때문에 조손관계가 성립할 수 없지요.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 또는 ‘저주’로 알려진 위의 글도 출전이 분명하지 않아 사실성을 확보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Kishi Nobusuke) 즉 안신개(岸信介, 1896~1987)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뒤 제56·57대 총리까지 지낸 인물로 지금의 아베에게 사상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따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독도 얘기입니다. 기자가 아래 메시지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 4월경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춤추던 시기입니다.

★조금전 美國에서 온 문서입니다.
우리 國民 들에게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4분 11초 영상입니다) 
★ 韓·日 외교당국이 펼친 인터넷 독도 동영상 홍보전에서 우리 측이 일본에 완패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國民으로서 약 4분가량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國土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함께 합시다!! 
★ 80프로 이상 보셔야 조회수로 포함된다고 하니 주변 지인들님께 널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독도 동영상 홍보전 카톡 메시지

당시 일본에 완패했다는 소식에 기자도 의기롭게 재생 버튼을 눌렀었죠. 그런데 두어 달 뒤부터는 ‘완패’란 말이 ‘완승’으로 바뀌어 퍼 날라지더군요. 애국심 충만한 국민들의 손가락 운동 덕분에 전세가 역전된 걸까요. 아니면 모종의 정치적 술수가 개입된 걸까요. 이미 완승(완전하게 또는 여유 있게 이김)을 거뒀는데 2019년 지금까지도 이 메시지는 계속 퍼져 나오고 있어요.

‘국뽕’이란 말이 있습니다. 국가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죠. 타민족·타국가에 극도로 배타적이며 자국의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되어 맹목적으로 한국만을 찬양하고 떠받드는 자뻑 태도를 비꼬는 새말입니다. 적당한 국뽕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역사 왜곡에 조작까지 예사로 일삼는데, 우리는 있는 역사도 올바로 찾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니까요. 그래요. 다소의 과장은 용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대망상은 금물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개인과 집단에 대적하여 이기려면 무엇보다 정의로워야 합니다.

최근 신일본제철(구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삼릉)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3년 만에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하면서 아베 일본의 경제도발이 시작됐습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의 근저는 역사전쟁이거든요.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라는 저들의 요구는 명백한 내정간섭입니다. 일본의 아베 우익정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험한 적입니다. 반성 없는 저들의 작태에 식민지 시기의 치유되지 못한 분노와 아픔이 더해져 우리 안의 국뽕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흥분하거나 무조건 ‘우리는 위대한 민족’임을 내세우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로 포장하는 것은 아베 일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소인배의 ‘정신적 승리’에 불과합니다.

나름대로의 정의감에 불타는 평범한 시민들은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는 아베 일본에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을 지속하면서도 문화교류는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이러니죠. 아베 일본의 망상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우리는 쉽사리 국가주의로 변질될 수 있는 설익은 애국심을 경계해야 합니다. 진정한 애국심은 우리의 땅과 자연을 아끼고, 모든 구성원의 행복과 안녕을 지키며, 가장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협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해왜란(己亥倭亂)으로 불리는 2019년 가을 문턱입니다.
2040년 쯤 되는 훗날, 일본이 “2019년 당시 우리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는데,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 초인류국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시기심 짙은 토설을 내뱉는 상상을 해봅니다.

변자형 기자  asadan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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