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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 전수우
김순조 기자 | 승인 2022.09.13 21:32

                        4인용 식탁

                                                            전수우

그 식탁은 성수동 재활용 센터에서 보았다. 엄마의 시든 어깨를 닮아서 무턱대고 다림질해 데리고 왔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엄마의 노세 가락은 새벽까지 절여졌고, 신고로 달려온 파출소 순경은 축 처진 어깨를 달고 있었다. 때 이른 개 소리와 때를 놓친 닭 울음은 잿빛 4인용 식탁을 엇박자로 돌리며 옥탑까지 숨 가쁘게 오른다. 처음엔 오리 배 같은 1인용이었다. 꿈이 사라진 아이처럼 차가운 물밑에서 혀를 묻었다. 차분하게 촥, 침착하게 촤르륵. 구멍가게의 돈 통 소리가 졸고 있는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엄마는 술 냄새에 찌든 남정네의 얼굴을 피한다. 날개를 달아줄 거라며 오만 원짜리 지폐를 허리춤에 구겨 넣는다. 가쁘다, 엄마의 숨은 또 가쁘다. 소주 한 홉 팔라는 주정뱅이를 외면하며 밤새 사각 통에서 헤엄친다. 찌든 호흡이 돌고 돈다. 1인용 식탁 귀퉁이는 식은 치킨을 던져 놓고, 하얗게 표백된 무 절임에게 속삭인다. 나도 백조처럼 놀러 갈 거야. 맞장구를 치는 목소리도 쫙 펴본다.

성수동 재활용 센터엔 오늘도 ○인용 식탁이 놓여있다. 늙어가는 소원을 돌림 노래하며 엄마를 후렴구로 넣어 숨을 돌리고 있다.



가족들은 늘 두리상에서 밥을 먹었다. 단칸방에서 건축된 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 식탁을 살까? 전자레인지를 살까? 나는 식탁도 사고 전자레인지도 사고 싶다고 했다. 계란찜이 잘 되는 전자레인지가 정말 유용했다. 말이 나온 김에 중고 식탁이라도 하나 살까 하고 동네에 있는 중고가구점엘 갔다. 마침 할부로 샀던 동화책값이 완불되었을 즈음이었다.

이웃에서 놀러온 이가 식탁을 만져보며 말했다. 구부리지 않아 편하죠?
물론이에요. 아주 편해요.

남대문 시장 근처 난전에서 하얀뜨게 식탁보를 샀다. 동안 살았던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게 되어 9평 반지하로 이사를 하느라 애지중지하던 식탁도 버렸다. 우여곡절의 4년으로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하고 식탁은 새것으로 샀다. 옛 지인과 오랜만에 SNS로 연락이 되었다. 동안의 안부를 나누다가 내가 보낸 사진을 본 그녀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어머나! 아직도 그 식탁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쵸. 뭐.

나의 간략한 대답엔 30년이 휙 지나갔다.

 

오남리에서 본 지칭개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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