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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탄 물고기` / 이효순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을 오페라로 보다
김순조 기자 | 승인 2022.09.05 19:38

            풍등 탄 물고기

                                        이효순

섬을 향해 풍등을 띄운다
낚싯대 움츠려 기다린 빈방에서
저도 포구 물결이 손짓한다

추봉도 가는 뱃길 발자국마다
귀 세운 물결 노래가 가슴을 친다
어깨 너머 어둠에 젖은 망산
기울어진 그림자를 숨긴다
섬에 밀물이 든다
감성돔이 눈을 뜬다
오랜 기다림
외줄 타고 오는 물고기 등에
숨길 넘는 뱃길마다 약산 진달래가 핀다

갯내음에 돌아앉은 갯바위
홑 가슴 그림자를 쫓는다
주름진 포구가 별빛을 숨기고
헛기침 소리로 새벽을 부르면
메고 갈 바구니에 소금을 채운다

갈 수 없는 나라
밤 낚시꾼 목울대 울컥하는
출렁이는 지느러미 끄집어내
북향 너머 풍등으로
지친 그리움 태운다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을 오페라로 보다. 뱃길 건너 제주도 4.3사건은 무려 7년간이나 고통 속에 지속되었다고 한다. 제주 조천면 북촌리에서 일어난 집단학살의 아픔을 표현해내는 연기와 노래, 춤들은 관객들의 끊임없는 박수로 이어지다.
무대는 장치도 있긴 하지만 오래된 나무가 한그루, 눈이 내리거나 마을에 불이 나는 장면 등도 모두 영상이다. 제삿날에 친척들이 모이다. 예전으로 무대가 바뀌다. 마을주민들을 학교로 모이게 했던 군인들이 그들을 빨갱이로 몰아 모두 학살되다. 장면들이 처참하다. 살아남은 순이삼촌은 물질은 안 하고 밭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며 옛 상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어두운 내용이 계속 나왔으나 어린이들이 등장하여 서로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며 익살과 함께 노래를 부르다. 공연 도중이었지만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손뼉으로 길게 환호하다. 제주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노래는 호흡이 하나로 전달되다.
오페라 「순이삼촌」을 통해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4.3의 진실과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주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은 인사말을 남기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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