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집

                                    임동후

집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거야
거의 모든 생물은
편히 쉴 집이 있어
밤이 되면 나비는 어디서 잘까
벌집
개미집
토끼굴은 아는데

나비집
이라고는 들어보지 못했어
나비는 밤에 어디서 잘까
그려, 그럴 거야
꽃에서 잘 거야, 향내 맡으며
향기 없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집이 좋아

―
봄에 탄천을 지나며 보는 나비의 모습은 힘차다.
팔랑 팔랑.
어린 시절 마음을 부추겨 나는 나비를 따라가 본다.

꽃들에서 씨가 맺히는 사이 나비는 이제 할 일이 없다. 가을에 나비는 날개를 펴지 않고 풀숲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꽃이 피는 동안에 움직여야 하는 나비는 집을 지을 여유가 없다.

양평에 사는 언니가 말했었다.
혜정아, 연꽃 보고 집에 가는 게 어때?
아니, 담에 볼께.

혜정이란 나의 예명은 동네 친구들과 친척과 가족이 부른다.
연꽃밭 가에길을 거니는 여유를 언니랑 함께 못했었다.

남양주 황금산 네발나비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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