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아이- 분재

                                최춘해

요렇게 작은 모과나무가
가지마다 꽂을 피웠다.

앉으라면 앉아 있고
서라면 서 있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아이.

등이 굽고
팔다리가 뒤틀려도
시키는 대로 하는
몸에 밴 버릇
산에 들에 키 큰 나무들처럼
죽죽 가지를 뻗고
새들을 불러들일 생각은
아예 할 줄을 모른다.

웃으라면
싫어도
시키는 대로 웃고 있다.

｢동시마중｣ 2022. 1·2월호

―
별아래 독서모임을 하면서 신앙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었다. 공동구입하는 중에 나름 내면에 존재하는 어린아이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몸에 밴 어린 시절｣도 주문해서 읽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내가 열네 살이었던 무렵부터 미술대회에 자주 참가하였다. 사물을 관찰하는 힘이 길러진 것은 분명했으나 밤이 무서워졌다. 시험공부를 늦게까지 하다가 마루 문 쪽에 비치는 바깥 불빛이 매일 사람 모습으로 보여서 불안했었다. 저녁만 되면 눈이 어두워져 물체의 구분도 어려웠다.
아버지는 밤중에 건넌방에서 공부하는 나를 지켜보느라 잠을 안 자고 글을 쓰거나 바둑책을 들여다보곤 했다. 아버지는 해결책을 찾다가 성당에 다녀보라고 해서 나는 교리반에 등록을 했다. 신앙입문을 하고 한동안 무서움이 없어졌다.

‘밤의 거리’ 파레이톨리아(왜곡되어 어떤 형상을 보려고 하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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