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명

                                                김정조

공양주 보살 하기를 좋아 하셨던 각산댁 울 할매는
사람이 죄를 조금 지으면 죽어서 새가 된다고 했다
오래전에 당신은 꿈을 이루어
하늘을 날았을 것이다

새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하늘 길
떨어지는 꽃잎을 세는 일

모이주머니가 작아 늘 바쁘게
먹잇감을 구해야 하는 작은 새
시를 먹고 사는 초라한 시인도
시모이를 구해 시주머니에 담으려 새벽길을 나선다

새는 훨훨 날아 주름도 없이 늙는다

―
오래전에 할머니를 따라 성주 각산(角山)에 가보았었다. 그곳은 할머니의 남동생이신 진외종조부의 댁이었다. 과수원담장이 가죽나무로 처져 있었고, 텃밭에는 상추가 심겨 있었다. 언덕 위에 꿩은 인기척에 놀라 마지막 숲길에서 머리만 숨기니 큰 엉덩이만 보였었다. 초여름 밭에서 먹이를 구하려던 꿩의 출현이 여즉 기억에 남아있다. 암꿩은 그러했으나 수꿩의 날갯짓은 마치 공작새를 보는 듯했었다.
나물과 밥, 고추장, 참기름 등을 양푼이에 넣고 비벼 식구들과 두리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대구로 돌아왔었다. 담장에 돋아난 어린 가죽나무잎은 향이 독특했었다. 조금 보따리에 싸 온 그 잎들을 귀가 후 소쿠리에 널었다가 고추장에 넣어 밑반찬을 만들었었다.

이팝나무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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