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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서 남해를 품다보리암에서 바라본 청정 남해의 풍광에 감탄
최서현 기자 | 승인 2022.03.28 22:49

지난번에는 남해 설흔산(雪屹山, 482m)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무박 산행팀에 끼어 고생고생하며 일출을 보았고 그때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아직도 가슴 한켠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해의 자부심인 금산에 도전할 생각을 하고 있던 차 마침 3월 끝자락에 산행팀에 또 합류를 하게 되었다.

금산(705m)의 유래를 보면… 원래는 원효가 보광사란 절을 세워 보광산이라 했는데 그 후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하여 조선을 건국해서 이 산에 비단을 덮었다 하여 비단 금(錦)을 써서 금산이라 불리기 시작했단다. 믿기지 않은 전설이다.

산행팀을 태운 버스는 사당에서 이른 아침 출발해 4시간 30분을 달려서 남해대교를 지나 두모계곡에 닿았다. 늘 처음에는 함께 올라가다가 결국은 혼자 남는다. 이번도 이미 예상했던 대로일 것이다. 산행대장은 이 코스가 평탄하다고 추천까지 해줬다. 나는 여차하면 관광코스로 편하게 올라갈 요량이었다. 하기사 그가 나의 체력을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초보라 설명해도 대장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되는 사람이겠거니 요즘엔 70대도 4시간 산행은 거뜬하니 그것도 안 되면 뭐하러 이 팀에 섞이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무조건 밀어붙이기 한 내가 잘못이겠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오기가 슬슬 발동된다. 안 되면 혼자 움직이려고 작정을 한 터이다.

 

금산 정상에 있는 망대로 봉수대 역할을 한다.

 

계곡 입구에 내려 물소리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아침까지 내렸으니 계곡물이 불어 내려가는 소리는 정말 대단했다. 무슨 여름 장마처럼 그래도 처음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출발했기에 그동안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한순간 녹아내렸다.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우리팀이 안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이때부터 가다 서다를 반복, 땀은 흐르고 숨은 턱밑까지 차고 대략 난감이었다. 여러 번 쉬고 나서 1시간 30분쯤 지나니 부소암(扶蘇庵)이 보였고, 거대하면서도 위용을 드러내는 바위에 놀랐고 거기서 펼쳐지는 풍광이 숨을 멎게 하였다. 깎아지른 절벽에 무슨 암자라니 중국인가? 잠시 착각한다. 그곳에서 도를 닦으면 오히려 아름다운 절경 때문에 방해되는 건 아닌가 괜한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샘이 나서이다.

 

부소암이란다. 이 거대한 바위에 암자가 있다니 놀랍다. 금산이 바위산이란 게 이렇게 증명된다. 도처에 세월을 버티며 서 있다.

 

부소암을 지나 가파르고 아찔한 철계단을 굽이굽이 한참을 숨차게 오르니 어지럽기도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위험한 곳을 지나니 드디어 단군성전이 나왔다. 나는 여기서 상사암이라든지 그런 곳은 패스하라고 산행대장이 일러줘서 한 시간을 단축하고 곧장 금산 정상으로 향했다. 망대와 봉수대를 보니 비로소 정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남해를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비가 온 뒤의 잿빛 구름과 가끔씩 나타나는 태양이 그리 좋은 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여기까지 3시간 넘게 걸렸다 보통 산악인들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일 텐데 나는 2배나 넘게 걸렸다. 그래도 정상을 찍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다음 보리암(菩提庵)을 가기 전까지는 이 정도면 올 만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혼자 여러 번 쉬긴 했지만, 중급자 코스가 맞다고 생각했다.

 

금산산장이 간이음식점으로 이용되는 게 안타깝다. 지붕만 개량하면 갤러리로 거듭날 텐데 절경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다니…

 

하산길에 보리암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친구가 금산산장에 가서 식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해서 50m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유격훈련을 해야 했다. 이곳은 높은 곳에 있는 수도원 같은 느낌이었는데 간이음식점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작은 갤러리에 카페를 겸한다면 더없이 좋을거 같았다. 잠시나마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또 감탄한다. 보리암으로 향해야 하는데 다시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야 한다. 내 무릎을 넘 혹사시켜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에너지는 고갈되었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었다. 다행히 보리암까지 잘 도착해서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뭐니뭐니 해도 위치가 장난이 아니다. 이곳의 암자들은 하나같이 돌을 품고 아슬하게 지어졌고 거기서 내려다보는 남해의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 정도다. 갑자기 눈물이 고인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에 담으니 요 며칠 오그라들었던 가슴이 활짝 펼쳐진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본 숨 막히는 남해

 

보리암 해수관음상의 그윽한 눈빛과 조우하고 조그만 3층 석탑과 동굴 속 부처 등을 보고 나서 이젠 주차장으로 향할 차례이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내려왔던 만큼 올라가는 돌계단이었다. 금산산장처럼 또 반복하는 거였다. 원래 산행은 내려가고 또 올라가는 즐거움이 있다지만 에너지가 이미 고갈된 저급한 체력인 나는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야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산행팀들은 보리암에서 오르지 않고 곧바로 하산했다 하니 그들이 오히려 나보다 수월했으리라 짐작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고 누가 그랬던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을 몰라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쪽을 한참 따라 내려갔더니 아뿔싸 전혀 다른 방향의 주차장이었다. 매표소 직원한테 물으니 다시 보리암으로 올라가서 내려가란다. 이곳은 단순 관광객들의 주차장이라면서 세상에나 여태 힘들게 내려왔는데 또 올라가라니 말도 안 된다. 어쩐지 사람들 옷차림이 화려했고 심지어 구두를 신고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진작에 의심했어야 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와 주차장에 내려 택시를 타고 겨우 산행팀이 모이는 주차장으로 갈 수 있었다.
 
암튼 운동 부족에 늘 시달리는 몸을 하루 동안 빡세게 돌렸으니 그 무모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후유증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생한 만큼 보람과 기쁨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로 들어왔다. 아마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지워졌을 거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힘들지만 가려는 것 같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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