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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2021학년도 중학교 졸업 답사
정찬남 기자 | 승인 2022.02.17 18:45

어느 날, 남편이 무심한 듯 말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면서 중학교 과정을 공부해 보지 않겠냐고.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남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남편은 이미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손에 쥐고 있던 ‘서울주보’를 건네주었다. 2019년 새 학기에 나는 그렇게 나이 80을 눈앞에 두고 중학생이 되었다. 입학 첫날, 우뚝 솟은 가톨릭회관을 올려 보면서 명동 고갯길을 허우적거리며 숨 가쁘게 올라갔다.

회관 마당에 들어서면서 오른쪽에 가만히 서 계신 성모님 앞에 섰다. 마구잡이로 출렁이는 그 가슴 그대로는 교실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성모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저는 꼭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주신 소중한 이 소중한 시간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눈부시게 새하얀 카라가 그렇게 좋아 보이던 교복 입은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저만큼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본 저는 그 친구가 나를 알아보기 전에 얼른 모퉁이 뒷골목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친구가 지나간 지 한 참 뒤에야 골목길을 나서는 초라한 내 뺨 위로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 졸업이다. 3년이란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3년 동안 우리 학교는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없었다. 그 3년 동안을 먼 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애써주신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다 하는 방학도 없는 학교에서 단 한 가지라도 더 알게 해 주시려고 애쓰시던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 또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이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려구요. 3월 6일은 고등학교 입학식입니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교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22.02.09
한국여성생활연구원 졸업생 한경분 드림

 

정찬남 기자  webmaster@k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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