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
류미야
어둠이 번져가는 녹슨 철길 너머에서
잰 하루 가로지른 전동열차 들어온다
십일월 안산 중앙역
발목들이 젖어 있다
24시 편의점 문간에 선 두 남자
젖은 군불 한 점으로 하루를 불러오는데
귀퉁이 굴린 말끝에
묻어 있는 초원의 바람
어느 계절 빗줄기로 들이쳤을까 저들은
스스로 쫓겨온 자의 오지 않은 절정은
서러워 더욱 환한 꿈
기적이 덜컹인다
꺼져가는 불빛 속
잦아드는 기억들
변방의 거친 꿈이 뒤척일 오늘 밤도
먼 고향 마른 들녂엔 달이 밝으리
빗속, 갈기 날리며 뛰어드는 사내들
곤두질로 빗줄기는 바닥을 일어서고
깃 치며 비둘기 몇도
하늘 날아오른다
―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를 관찰했다. 이미 가지에는 도톰한 꽃눈들이 보였다.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봄비 같다. 2월의 추위가 아직 남아 있다. 1970년대 초반 주택에서 살았을 때엔 부뚜막에 대접이 쩍 갈라졌었다.
1973년 여름이었다. 오빠가 공화당 당원이 되어 연수원에 들어갔다. 육영수 여사의 서거로 연수 일정은 무산되고 오빠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는 친구와 도선사로 올라가는 길을 만드는 현장에 나가서 일을 했었다. 오빠가 쉬는 날에는 버너와 쌀을 준비해서 산으로 올라가 하루를 보내기도 했었다. 돌아오는 길에 구멍가게에서 오뎅과 콩나물을 사 왔다. 고추장통이 바닥을 드러내고 석유곤로에 석유가 바닥을 내고 있었다. 그래도 꿈을 꾸었다. 오빠는 노트에 글을 썼었고, 나는 기타를 잘 치고 싶었고, 우리들은 차비를 마련해서 시골집에 기차를 타고 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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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벚꽃눈이 벌써 많이 자랐다. |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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