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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반` / 김종해
김순조 기자 | 승인 2022.01.13 23:55

                한라산 등반

                                        김종해

나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오를 마음이 없었다
함덕이나 성산포, 서귀포나 돌면서
바닷가에 앉아 막소줏잔을 기울이며
초고추장에 물회,
신성한 그녀를 안주로 우러러볼 작정이었다
내 손가방의 계산서류와 소외받은 주문서,
도서목록과 기타 등등에서 떠나기 위해
내 멱살을 쥐고 있는 그것들을 벗어나기 위해
함덕이나 성산포, 서귀포나 돌면서
나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오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정의 서귀포에서 나는 비틀거렸다
한라산 해발 1,300 고지
안개비와 바람을 벗어 버리고
드디어 그녀는 깨어났다
부드럽고 황홀한 구릉이 보였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과 사물로부터
그것들이 보내는 높이와 절벽으로부터
조난당하고 허우적이는 나는
아아, 그녀를 등반할 엄두를 못 내었다
겁장이가 아니라 무섬장이가 아니라
진실로 내가 오를 까마득한 벼랑은
그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었으므로!

 

1979년 제주행 통통배를 탔다. 파도가 심해 배가 엄청 흔들거렸다. 그 바다에서 진짜 죽음도 생각해보았다. 성산에 배가 도착했다. 해변을 지나 버스터미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이시돌 목장 근처까지 버스를 탔다. 정오쯤 버스에서 내려 마을 사람들의 안내로 언덕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로에 떨어져 있는 무우를 얼른 집어 흙을 대충 바지에 닦아내고 한입 베어 물었다. 밭 사이사이 경계의 돌담도 신기했다. 이시돌 목장을 지나 글라라 수녀원을 찾았다. 수녀님과 면담을 마치고 바람소리만 들으며 일주일을 지내고 나의 진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제주 시내에 나왔으나 눈과 풍랑에 묶인 페리호는 출발 소식이 없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엔 1100고지에서 버스가 멈추었다. 제주 시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서야 겨우 페리호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엄니는 나에게 일을 하라지만 나는 공부에 맘을 두고 있다가 서울로 와서 결혼과 육아에 20여 년을 보냈다.

2000년 중반쯤이었다. 초등학교 친구 방송인 김경민이 진행하는 「라디오 책방」을 열심히 청취했다. 송은일, 조용호, 김주영, 은희경 작가 등을 초대하였고, 소설 전체를 읽어 주는 방송이었다. 나는 방송분 소설책들과 제주관광여행권도 선물로 받았다.

나는 두 번째로 제주여행을 하게 되었다. 제주 관광가이드는 멀리 보이는 한라산 산등성이를 가리키며 마고 할미가 누워있다고 자세하게 찾아보라고 했다. 신비스런 산이라 여겨졌다.
결국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한라산!
다시 가까이서 바라보고픔이다.

 

전재우 포토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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