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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 어효선
김순조 기자 | 승인 2021.08.12 20:29

                꽃밭에서

                                어효선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하고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1967년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7반 교실은 본관에 있었다. 고학년 교실만 있는 본관에는 언니를 만날 때만 가보았었다. 나도 고학년이 되었고 언니는 졸업을 했다.
4학년이 되고 처음 만난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자기소개 대신 노래를 하나 부르라고 했다. 내 차례가 와서 꽃밭에서를 불렀다. 조용히 나를 보고 있던 친구들의 모습은 신중했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교단에서 내려오는데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 이 노랠 부른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나는 아부지가 있어요.

아부지가 여주 금광을 다녀왔다고 할머니와 우리들에게 금덩어리도 보여주었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보라고 내 손바닥에도 올려주었었다. 또 아부지가 강원도 탄광이 있는 곳을 출장 다니다가 아예 막내인 나를 데리고 가서 사택에서 살았다. 그곳은 태백. 그땐 황지라고 불렀다.
사택 둘레엔 온통 꽃밭이었다. 펌프가 있는 마당 한켠에는 봉숭아도 많이 피었었다. 마당에 있다가 벌에 쏘이기도 했었는데 여름방학이라 같이 있었던 언니와 아픈 볼을 잡고 아부지가 오길 기다렸었다. 고추잠자리가 한창이었을 때에 우리는 황지를 떠나게 되었다. 광부들의 파업이 있었다고 나중에 언니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아부지는 혈탄이라는 논픽션을 쓰느라 앉은뱅이책상에 늘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이 파내는 연탄은 바로 혈탄인기라.”

 

사진=최들풀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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