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최영효

산 위의 바위 하나 천년 산 그 돌덩이가 감춰 둔 뜻이 있어 성불할 꿈이 있어
사는 건 천년이거나 일년도 천년이거니

산 아래 풍경소리 밤마다 목탁소리 고승의 독경 엿듣고 금강경도 다 외우고
산문에 입을 닫아도 귀명창이 되시다니

고승은 바람 따라 
산사는 구름에 간 후 빈 절터 적멸을 깨고 한 선승이 내려오시니
천년이 일년이거니 
사는 일 천년이거니

―
강남에 사는 친구가 사돈에게 받았다는 옥수수와 긴오이를 안암동 연경사에, 또 나에게도 보시하였다.
연경사는 영산선원에서 조계종 연경사가 되었다.

절에도 시절이 있다. 영산선원에서 큰형부와 큰오빠의 49재를 십여 년 전에 지내었다.
그리고 발길이 가지 않았는데는 언니가 그동안 아팠던 게 이유이기도 했다.

스님을 잠깐 연경사사무실에서 뵙게 되었다. 언니가 생시에 스님과 성지순례, 기도 중에 만남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자못 스님의 이야기들이 쓸쓸한 추억으로 다가왔다.

집에 돌아오니 최근 주문했던 최영효 시조집이 택배로 왔다. 시조 ｢큰스님｣을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언니가 먼저 간 나날들이 불과 몇 달인데, 산 위의 바위 하나는 천 년 동안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성불할 꿈만 간직한 것이 천년이라니 놀랍다.

오이는 채썰어 오이냉채를 만들고, 옥수수는 굵은소금을 조금 넣고 삶았다. 긴오이는 싱싱하고 아삭한 맛과 풍미를 더했다. 친구님! 감사합니다.

연경사 앞에 놓인 화분에 카란코에가 예쁘다. 분홍빛은 보살핌과 관계가 깊다. 
언니를 기억해준 스님이 고마운데, 또 꽃이 장식된 볼펜과 수정팔찌를 챙겨주는 스님의 따스한 맘이 또 고마웠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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