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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계선의 봄` / 최상균
김순조 기자 | 승인 2021.02.26 20:04

                분계선의 봄

                                                들풀 최상균

국경 아닌 국경의 남쪽에는
머리가 빨간 두루미와
머리가 회색인 두루미가 함께 먹이를 찾고
남녘에서 밥맛이 가장 좋다는 쌀은
북녘에서 흘러오는 물을 먹고 자랍니다

숲속의 잠자는 지뢰는 이미 환갑을 넘겼고
오늘도 고라니는 지뢰를 피해 신작로를 가는데
비무장지대라고 해놓고는
있는 대로 무장을 해댄 이곳에
미움을 재우고 평화를 깨우기 위해 애쓰는
두루미 닮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그는 그 옛날 이곳 쇠벌을 도읍으로
미륵세상을 꿈꾸던 외눈박이 사나이의 환생일지도 모릅니다

잔설이 녹으면 두루미들은 북녘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철조망과 지뢰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잠자던 쇠말이 벌떡 일어나 잘리웠던 벌을 넘어
저 만주벌판까지 달려갈 분계선의 봄은 언제나 올런지요?

* 2017년 2월 23일 철원 DMZ에서 <분계선의 봄>을 기다리며

 

 

작가노트

폭격 맞은 노동당사를 지나 일제강점기 은행건물 등이 남아있는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월정사역을 다녀왔습니다. 옛 태봉국의 궁성지는 비무장지대에 있어 보존상태가 좋다네요. 금강산 가는 기차가 섰었다는 월정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함께 상처 입은 흑마 닮은 증기기관차가 엎드려있습니다. 얼마나 더 두루미를 부러워해야 끊어진 철길이 이어질까요? 미륵세상이 별건가요? 철조망과 지뢰 엿 바꿔 먹고 국민 인민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춤출 수 있는 세상이지요.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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