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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 베르톨트 브레이트
김순조 기자 | 승인 2020.11.20 13:58

                사랑하는 사람들

                                                        베르톨트 브레이트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날고 있는 저 두루미들을 보아라!
하나의 삶을 벗어나 다른 삶의 공간으로
그들이 날아가 버렸을 때, 그들과 곁들여 있었던
구름도 이미 그들을 따라갔다.
똑같은 높이와 똑같은 속도로
두 마리의 두루미는 아주 바싹 붙어서 날고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이 잠시 날고 있는 아름다운 하늘을
두루미는 구름과 함께 분할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하늘에서는 지금 둘이서 바람을 타고 나란히 날으면서
느끼는 상대방의 몸놀림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바람은 그들을 무無의 경지로 유혹하려 한다.
그들이 덧없이 사라지지 않고 머므른다면, 그동안 아무것도 그들 둘을 건드릴 수 없고
비가 두렵거나 총소리가 울리는 모든 곳으로부터
그들을 쫓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별다른 차이 없이 둥그런 해와 달 아래서
서로 담뿍 사랑에 도취하여, 그들은 끝없이 날아갈 것이다.
너희들은 어디로 날아 가느냐?
아무 곳도 아닌 곳으로
누구로부터 떠나 왔느냐?
모든 것들로부터.
그들이 함께 있은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당신들은 묻는가?
조금 아까부터다.
그러면 언제 그들은 헤어질 것이냐고?
곧.
이처럼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짧은 멈춤으로 보인다.

 


독일 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시집 『살아 남은자의 슬픔』에서 발췌했다. 현실세계와 유리된 행복의 허망… 詩의 제목 「사랑하는 사람들」은 본래 오페라 『마하고니市의 번영과 몰락』에 나오는 노래이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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