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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문학관에서 어머님을 그리워하다
최서현 기자 | 승인 2020.11.08 22:53

여름 끝자락 가을 길목에 여고 친구들과 안성 나들이를 했다. 목적지는 친구 집인데 가는 도중 조병화 문학관과 미리내 성당을 들렀다. 여고 친구는 늘 정겹고 언제나 추억여행 하는 듯하다. 수다 삼매경은 따라다니는 보너스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좌)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우상)「꿈의 귀향」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니께 돌아왔습니다.  (우하)어머니를 모셨던 집에 가끔 가셔서 그림도 그리시고 쉬기도 하는 집

 

어느덧 안성에 접어들어 조병화 문학관으로 들어섰다. 학교 교양 국어시간에 그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화가들이 쓰는 도리구찌 모자와 파이프를 물고, 본인이 쓴 책을 한아람 안고서 교실에 들어오셔서는 한 학기 내내 책 광고만 하고 나가셨다. 그때는 어려서 그분의 시 세계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해하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다. 단지 그는 원래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쳤다는 것만 기억한다. 많은 추억들이 교차됐다.

 

(좌)「먼 여행」 이제부터 나를 찾거든 없다고만 해라. 어딜 갔냐고 묻거든 그저 멀리 갔다고만 해라. 언제 돌아오냐고 묻거든 모른다고 해라. 그저 멀리 갔다고만 해라.  (우상)문학관 현관 입구에 붙어있는 자화상.  (우하)안경과 파이프

 

설레임으로 그분의 흔적들을 따라 가본다. 많은 시집과 그림들 유품들 그리고 그리운 어머님 관련한 추억들, 건물, 가구 등이 외국의 개인 박물관 못지않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군국주의를 찬양했고 또한 전두환 군사독재를 찬양했던 어용시인인 것은 알려진 바이다. 지금은 오히려 그의 나약하고 소박한 인간적 삶이 느껴진다. 젊어서는 정말 이해하기도 싫었는데 세월이 무뎌지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좌)그 당시 보기가 드문 벽난로가 근사하게 설치되어 있다.  (우) 「의자」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분이 계십니까? 지금 이 의자를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는 스포츠에도 발군이어서 교내 럭비 선수로도 활약을 할 정도였다.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화첩도 몇 권이나 출판했다. 보통 시화(詩畵)를 겸하신 분들이 많지만 그림 또한 아마추어를 벗어나 화백들과 교류도 많이 했을 정도이다.

다재다능한 그의 재주도 그 시절 드물지만 많은 사람들은 넓고 푸르른 안성 벌판에서 시와 그림으로 한 시대 인간의 고독을 심도 있게 파헤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으로 위로해주신 분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좌)생각보다 문학관이 꽤나 넓었다.  (우)버릴 거 버리고 왔습니다. 버려선 안될 거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오늘은 전두환 찬양 전에 발표했던 그의 시 세계와 철학을 잠시나마 들여다보고 특히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 한편으로 문학관을 나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머님을 늘 그리워했고, ‘근본이자 생명 줄이며 언제나 마중물처럼 한없이 품어주는’ 그의 고향인 어머니…… “엄마”하고 나도 불러본다. 안성에 간다면 내키지 않더라도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좌)살은 죽으면 썩는다 - 어머니 말씀.  (우)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사모곡

 

최서현 기자  lavit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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