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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산 오름 하던 날` / 박명화
김순조 기자 | 승인 2020.10.21 14:39

        화개산 오름 하던 날

                                        박명화

교동면사무소 옆 자락에 변전소 있다.
그 앞으로 가면 집오리 꽥꽥거리고 그 옆으로 가면 화개산 자락 오름 하는 길.
양옆으로 보랏빛 엉겅퀴 수줍은 듯 고개 끄덕이며 아는 체한다.
아기 볼살만큼이나 튼실한 빨간 고추는 풍만한 가슴으로 하늘보기를 멈추고 익어가는 가을 앞에 조신하게 서 있다.
까치 깍깍거리는 감나무 이파리 덩달아 붉은 가을 익혀내고 있다.
밤나무 가지에 일렁이는 바람결에도 자라목이 된다는 20년 수절 은자엄니.
약수터 지나 오름하고 내려오는 길 힘줄 선 팔목에 쥐어든 낫자루.
어느 새인진 약쑥 뭉터거리며 베어진다.
가을과 버무려 산자락에 살짝 내려놓는다.
내려놓기 위한 오름이었던가.
산자락만큼이나 무거웠을 세월.
한 줌 뚝 떼어 길섶에 흩뿌려 놓는다.
산자락에 숨어든 노을빛 흩뿌려지듯 흩어진다.

 

 

― 작가노트
늘 부여안고 있던 작은 흔적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말들.
자리할 곳 없이 헤매던 사연들을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어.
결코 사랑을 놓치지 않은 이야기들 詩와 함께 얹는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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