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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림자` / 이시카와 다쿠보쿠
김순조 기자 | 승인 2020.10.06 11:04

                두 그림자

                                이시카와 다쿠보쿠 

파도 소리의
음악에 깊어가는
황폐한 바닷가의 밤
모래밭 꼭꼭 밟으며
나는 걸어본다
海原에 기우는
가을의 밤
달은
둥글어라

언뜻 보니
새하얀 모래 위에
그림자 있어 또렷하기에
나 발걸음을 옮겨보면
그림자 또한 걷고
손 들어보면, 손까지 들어주며,
멈추면 그도 멈추고
응시하면, 말없이
다만 내게 동무하여 올 뿐.
눈을 들어, 허공을 보면
거기에 또 그림자 하나
아아, 두 개의
그림자 어쩐 일이지
하는 사이에, 허공의 그림자,
꿈과도 같이, 사라져, 흘러가,
海原에 달이 들어가
땅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되고
나는 또
거친 해안에 한 사람.
아아, 어찌하여, 어디로
사라졌는가, 두 그림자는.
그건 몰라. 다만 여기에.
사라지지 않은 나, 홀로 서 있나니.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백석 시인은 이시카와 타쿠보쿠의 石자를 자신의 외자 이름 石으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인은 〈두 그림자〉에서 마침표, 쉼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림자는 온데간데없고 나로 온전히 남아 있을 때에 시인은 자신의 현존을 말한다. 당시 20대의 시인은 조선을 미워할 까닭이 무엇인가를 일본정부에 말했다. 그리고 한일 강제병합에 부정적인 시를 썼다.

파도소리를 음악으로 들으며 모래밭을 걷는 다쿠보쿠! 바다는 모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뭇 사람들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나를 바로 볼 수 있는 지금 여기. here and now.

〈두 그림자〉를 읽으며 나는 나를 상상의 바다로 내몬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외쳐본다.
아아! 
여기 내가 있음이요!

시인은 일본 동북부 이와테 태생이고 아버지가 스님이었다고 한다. 이와테 바다에서 쓰나미가 몰려왔던 동영상을 보았었다. 슬프고 험했던 자연재해가 있기 그 이전의 1900년의 이와테 소박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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