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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얼굴
한국여성연합신문 | 승인 2020.07.01 09:38

전쟁의 속에서도 마음으로 무엇을 새길 지는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속은 쉬이 살펴보기엔 너무나 참혹하고 무거워 대면을 피하고싶지만, 그것이 지나고 덮여진 자리에서 사는 우리도 함께 몸으로 마음으로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전쟁의 시간을 살아낸 이들이 담아낸 말과 글, 사진, 그림 등등의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건져올리고 어떻게 담아낼지는 저마다의 경험과 마음의 모양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실상은 어떤 방식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도 혼란스럽고 무의미한 것들이나, 그 불가해한 와중에 그나마 생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보려는 필사의 몸부림으로 쓰고, 그리고, 만들어냅니다. 예술가들이 하는 일들이죠.

 

국립현대미술관, 6.25기획전 《낯선전쟁》전… 이동표 화백의 〈일인이역 골육상잔〉(2000, 캔버스에 유채, 91×72.7㎝).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동표 화백이 전쟁 후에 자신의 것으로 풀어내고 보여주려 한 이미지는 사람들의 얼굴 같습니다.

가족이 죽고 살아온 터가 부서지고 어디로든 가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떠했을까요.

그런 얼굴을 유려한 솜씨로 섬세하고 매끈하게 그려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동표 화백의 그림에서 사람들의 얼굴은 아주 투박하고 거칠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비뚤한 선과 단순한 면으로, 아주 또박또박, 그 얼굴들을 한데 모아 하나 하나 힘주어 새겨넣듯이, 그렇게 해서 그 모든 표정을 모두 기록해 놓겠다는 의지 처럼도 보입니다.

두꺼운 물감 덩어리인 붓자국들은 작가의 그 의지로 다시 사람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지나간 전쟁의 기록 속 숫자로만 남아 추상화 된 사람이 아니라, 분명히 숨 쉬고 살아있던 생생한 사람들의 얼굴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 얼굴들은 오열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넋이 나가있기도, 그래도 서로를 위로하기도, 잠깐 웃어보이기도, 희망을 품은것도 같습니다.

둔하고 서툴러 보이는 이목구비의 표현은 그래서 오히려 어떤 얼굴이든 날카로움 없이 뭉툭하게 버무러져 따뜻하고 순수하게 보이게 합니다.

비참한 현실에서도 끝내 사람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은 작가의 손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신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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