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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임선자 인턴기자 | 승인 2020.02.08 11:38

50년대 6·25 전란이 일어나서 학생들의 귀하디귀한 생명을 보장할 수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어쩔 수 없이 휴교령을 내렸다. 휴전이 되고 나서 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제는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좋아라 펄쩍 뛰었다. 하지만 찬물이 밥이 되던 시절에 여자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본인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따르다 보니 용기도 없었다.

가슴앓이를 하던 중에 공민학교가 생겨 무료로 가르쳐 준다는 낭보가 전해 왔다.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고 바로 학교로 달려가서 입학을 했다. 2, 3년 다녔을까 이젠 전쟁도 휴전이 되고 살기가 좋아졌다며 학교에 다니고 싶으면 국민학교에 입학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했다.

나는 부모님과 상의할 새도 없이 뛰듯 교무실로 달려가서 교장 선생님께 내 친구가 6학년에 다니고 있다. 함께 다녀야 하니 6학년으로 입학시켜 달라고 떼를 썼다. 너는 공민학교에 다닌 실적이 있는 데다 성적이 좋으니 5학년으로 입학하라고 하셨다. 저는 5학년이면 1년을 더 다녀야 한다. 때문에 오래 다니면 할아버지께서 후원 회비를 주지 않으면 어쩌느냐고 6학년 교실에서 2일 동안 시위를 했다.

하지만 학교가 어린아이 마음대로 되던가, 결국 5학년으로 입학해 공민학교 3년 초등학교 3년 학력이 최종 학력이 되었다. 어쩌다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못해 울화가 치밀었지만 내 뜻은 말살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큰 애기가 되어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중년 아니 말년의 할미가 되었다. 이제는 흘러간 세월을 탓할 수도 없으니 취미생활이라도 하고 싶었다.

노인복지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초급 일어를 익혀 청계천 개통할 때 자원봉사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인형극도 하고 시답잖은 마술도 했다. 아이들과 시간 보내다 보면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5, 6년 자원봉사를 끝내고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수필 쓰기와 시 쓰기를 배웠다. 10여 년 문학과 씨름하다 보니 시집과 수필집을 열세 차례 정도 출간했다. 출판비가 안 드는 전자책이었지만 자부심이 생겼다.

초등교육이 전부인 내가 어설프지만 시인, 수필가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내심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국졸 학력으로 문학 공부를 하느라 어느 때는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어도 가정사 꾸리는데 불편한 줄 몰랐는데 늘그막에 내세울 것도 없는 내 삶이 송두리째 드러나는 수필 공부를 했는지 가슴을 치기도 했었다.

시나 소설은 허구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지만, 수필은 진심을 그려야 했다. 학벌이 국졸이면 글을 못 써야 했는데 더러는 잘 쓴다는 평을 받았다. 학교에 못 다닌 게 내 죄도 아닌데 암암리에 무시와 냉대 속에서 속울음을 울어야 했다.

늦게나마 한국여성생활연구원에 발을 들여놨으니 열심을 다하고 싶다. 문학을 배울 때처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간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컴퓨터도 20여 년 전에 인터넷 빨리 찾기에서 수상을 했다. 시와 수필도 수상을 하고 이젠 컴퓨터냐고 동기들이 부러워했다. 허리협착증만 아니었으면 중개인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협착증 때문에 공부는 접어야 했다.

국졸이 어떻게 문학을 하느냐고 함부로 말할 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그때마다 나이도 상관없고 학력도 상관없다. 글만 잘 쓰면 된다. 위로의 말씀을 주시는 하늘 같은 스승님들의 위로가 있었다. 그 말씀에 용기를 얻어 시인, 수필가의 길을 가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교수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임선자 인턴기자  syonkj@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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