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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과 용서이슬람 축제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
【말레이시아=크와뉴스】배명숙 특파원 | 승인 2019.05.06 19:36

모를 때가 좋았다는 말이 있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첫 해에는 모르고 겪었는데 2년차가 되면서 다가오는 것이 긴장되는 것이 있다. 라마단(Ramadan) 단식이다. 올해는 5월 5일 일요일 밤에 시작해서 6월 3일 월요일 저녁에 끝난다. 거의 한 달간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도 음식도 먹지 않고 단식을 한다. 단식은 종교적 행위이고 회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 그렇지만 대다수가 회교를 믿는 나라에서 동료들이 배고픔을 견디고 있는 것을 알면서 그 앞에서 음식은 고사하고 물을 마시는 것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회교도가 아닌 나 또한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라마단 기간에도 학교와 직장이 평소와 같이 운영된다. 그러나 단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수 업무 이외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모든 행사가 중지된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조용히 가라앉는 것이다. 점심을 먹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30분 단축되고 퇴근 시간도 30분 당겨진다. 식당도 낮에는 손님이 없기 때문에 문을 닫고 저녁에만 여는 곳이 많다. 이 기간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이상한 현상을 볼 수도 있다. 식당에서는 음식을 다 만들어 부페식으로 펼쳐 놓았고 손님들은 테이블에 음식을 한 접시씩 갖다 놓았는데 아무도 먹지를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해 놓고 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또 라마단 기간에는 먹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평소에는 없는 라마단 바자(Ramadan Bazaar)라는 풍성한 음식 야시장이 매일 열리는 아이러니도 있다. 주부들도 단식을 하니까 라마단 바자에 와서 음식을 사 가거나 온 가족이 와서 먹고 마신다. 하루 종일 참았으니 저녁에 양껏 먹는 것이다.

닭튀김을 조각내서 그 위에 삼발 소스를 뿌려나오는 아얌 펜옛(Ayam Penyet)

한 달간의 라마단 단식이 끝나면 하리 라야(Hari Raya Aidilfitri)라는 축하 행사를 한다. 올해는 6월 5일과 6일이다. 이때 단식에서 오는 가르침이 행동으로 실천된다. 배고픔을 참아본 사람만이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확실히 알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하리 라야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기부로 시작된다. 자선이 회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국한된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기부가 하리 라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인사를 한다. “저의 육체적·정신적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Maaf zahir dan batin”.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갈등도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 동료가 이 말을 하며 그 뜻을 가르쳐 주었을 때 쌓였던 미움이 다 풀어지던 그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라마단 기간에는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 용서하며 음식을 함께 나눈다. 그래서 주부들은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부터 쿠키를 준비하고 하리 라야에는 도로가 막혀 10시간 이상 길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고향으로 가는 것이다. 하리 라야 기간 중에는 회교도가 아닌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라마단이 시작되기도 전에 동료의 초대를 받고 나는 지금부터 용서의 말을 연습하고 있다. 한국에도 회교도 유학생들과 근로자들이 있다. 이들도 홀로 단식을 할 것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그 어려움과 의미를 이해하고 조용히 배려해 주기를 기도한다. 라마단과 하리 라야는 회교도의 뜻깊고 아름다운 행사이다. 그래서 비회교도인 나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크와뉴스】배명숙 특파원  msbae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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