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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들꽃 여정] ⑮ 두 번째 네팔 방문을 마치며
이택규 기자 | 승인 2019.04.09 23:42

■ 네팔 대지진 4년 뒤

첫 번째 네팔 방문은 2016년 4월 19일부터 27일까지 8일간에 걸쳐서 있었습니다. 모멘트 규모 7.8의 대지진이 2015년 4월 25일에 발생했으니 정확히 1년 만에 방문한 셈이 됩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5일에 3년 만에 두 번째 방문길에 오른 것입니다.

네팔 대지진은 1934년 네팔-비하르 지진 이후 네팔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됩니다. 당시 지진으로 인해 네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8,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사망자의 수는 불확실합니다. 이때 에베레스트 산에도 눈사태가 발생해 베이스 캠프에서만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위키백과. 2019.02.07. 수정).

(위)위령탑 전경, (아래)위령탑 비문(175명의 트레커와 가이드, 포터 등 명단)

이번에 트레킹을 한 랑탕 계곡에서만 175명이나 되는 여러 나라의 트레커가 사망하고 주민 400여명이 희생됐습니다. 그중 상당수의 시신이 계곡에 묻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사태와 산사태로 인해 돌더미와 흙더미에 묻히기도 했지만,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휩쓸린 사람들은 갈라진 땅이 다시 합쳐지거나 매몰되어 그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지진 희생자 중에 발견되지 않은 시신을 생각하면 사태 흔적인 돌더미와 흙더미 위를 걸으며 스틱을 마음 놓고 바닥에 내리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너진 지형을 지날 때는 두 손으로 스틱을 모아 가슴에 안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야만 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필 그 순간에 그가 거기 있었다는 것, 그가 곧 나일 수 있고 다른 누구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위령비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면 심한 비약일까요.

지진 당시 랑탕 계곡에서 숨진 독일,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스페인, 미국에서 온 모든 트레커와 가이드, 포터, 로칼 주민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탈리아의 위령비

이탈리아의 위령비문

We extend our deepest sympathies on the demise of our beloved friends and foreign guests from ltaly due to devastating earthquake on 25th April 2015, 11:56 AM.

May god give comfort and peace to the departed soul.

우리는 2015년 4월 25일 오전 11시 56분 대지진으로 이탈리아에서 온 사랑하는 친구들과 외국 손님들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신이여! 떠나간 영혼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옵소서

■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사

산을 오르내리며 여러 나라에서 온 트레커를 만났습니다. 현지 주민도 만났습니다. 산과 계곡을 처음 찾은 사람이나 산등성이에 기대어 사는 주민이나 서로 초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첫날 만난 사람은 괜히 반가우면서도 어색하고, 둘째 날 만난 사람은 반가워서 인사를 나누고, 셋째 날 만난 사람은 저절로 마음이 열리며 함께 카메라 앵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공통된 경험을 하면서 동질화된 시간 속에 있다 보면 동지애 같은 우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민들은 친절하고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나마스떼!” ‘나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위)랑탕 계곡에서 만난 독일 청년, (아래)랑탕 계곡에서 만난 프랑스인 연인
랑탕 계곡의 로컬주민

나에게도 내가 믿는 신이 있습니다. ‘신을 믿지 않는다.’거나 ‘믿음(종교)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조차 사실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믿음이 다른 사람의 믿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할 때 손사래를 칠 사람은 없을 테지요. 
인사는 외길인 산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 시골, 대로변, 골목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경계를 늦추고 마음을 열게 하는 마력과 같은 것입니다. 심지어 너그러운 웃음마저 짓게 만들어줍니다.

틀에 박힌 시간에 매어있던 변함없는 일상에서 어느날 휙 하고 날아간 히말라야의 한 계곡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지나치며 각자 자기네 나라 말로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합니다. 할로우, 봉주르, 구텐 탁, 찌아오, 곤니찌와, 레이 하오, 호이, 굿데이, 부온 죠르노…
사흘 후에는 고집스럽게 사용해왔던 ‘하이!’니 ‘할로우!’라고 인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면 됐습니다. 그러면 “오! 코리안.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응대를 합니다. 이젠 한국어 인사말도 국제무대에서 이해되고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현지인에게는 “나마스떼!”하고 인사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하지만요.

■ 여행 편지 끝맺음

집에 돌아왔습니다.
2주간의 일정으로 길을 떠난 첫날밤 쓴 편지가 2주 전이 아니라 2달 전 같기도 하고 불과 며칠 전 같기도 한 것이 마치 꿈속에서 또 꿈을 꾼 것 같은 어렴풋한 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어땠나’, ‘무엇을 느꼈나’, ‘다녀오길 잘 했나’ 하는 직설적 질문에 단답형으로 명확하게 답할 수 없어 우선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말로 단순히 출장 다녀온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대꾸하고 맙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열네 번의 편지에 더해서 <네팔에서 보낸 일주일>에 이어 <그 3년 후>의 영상이야기로 대신 들려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로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함께 공감할 날을 기대하며 네팔에서의 편지를 마칩니다(03.29 금).

이택규 기자  we-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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