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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랑 들깨순이랑
김순조 기자 | 승인 2019.03.08 23:18

봄이다. 양평에는 언니가 살고 있다. 언니의 집이 있는 근처 산자락에서 머위를 보았다. 머위는 군락을 이루어 자라났다. 머위잎을 따다가 살짝 데쳐 쌈으로 점심을 먹었다. 싸큼한 맛이 봄철에 입맛을 돋우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마트에서 들깨잎과 들깨씨앗을 한 봉지씩 샀다. 들깨잎으로는 부침을 했는데 얇게 잘 구워졌다.

시가에서 부침을 굽는 실력으론 고인이 된 작은어머니를 최고로 꼽았다. 뒷집에 살았던 작은어머니는 가끔 본가로 와서 어머니가 부엌에서 반죽을 해주면 아랫방 아궁이에서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불을 지펴 부침을 하곤 했다. 번듯한 장작도 아닌 나무들이지만 금세 불이 활활 피어났었다. 작은어머니는 앞치마와 당시에는 월남치마라고 불리던 것을 단단히 매무시를 하여 앉았었다. 반나절 부침들을 채반에 완성해내었다.

시원한 곳에 두어야 하네. 나는 부침들이 담아진 채반에 삼베보자기를 덮어 우물가에 놓았다. 작은어머니는 가마 솥뚜껑에 남겨 두었던 부침 하나는 할머니에게 드리라고 살며시 귀띔해 주었다. 
시조모님과 시어머니에게는 저는 이제 가볼랍니다라고 작은어머니는 인사를 하고 종종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었다. 대문 아래엔 시동생이 뱀을 잡아 술을 담가 묻어 놓았는데, 작은어머닌 그 길을 살짝 피해 담장을 잡고 나갔었다. 부엌 가마솥에다가 기주떡을 찌고 있던 어머니는 말린 맨드라미꽃을 떡 위에 올리며 나에게 말했었다.
전은 얇게 굽는 게 제맛이라. 작은어머이가 전 하나는 잘 굽는기라.

들깨순으로 만든 부침(왼쪽), 머위나물

채반에 놓았던 깻잎부침들이 식었다. 들깨잎부침을 도마에 놓고 네모, 마름모 모양으로 썰어 아침상을 차렸다. 들깨씨앗은 화분에 흩뿌리고는 흙을 살짝 덮었다. 물조리로 물을 주고는 싹이 나 쑥쑥 자라기를 바랬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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