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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소임
김순조 기자 | 승인 2019.02.06 14:46

명절에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와 침구정리를 거의 한 달 전부터 맘으로도 실제로도 하게 된다.
시가라서 미안합니다라는 문구를 읽기도 했던 어느 해엔 내가 시어머니가 되었다. 삼 년여 동안은 내가 일을 덜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이런 말을 친척과 동서에게 했다.

“내가 곳간열쇠를 이렇게나 빨리 며느리에게 줄 줄은 몰랐네요.”

올해 설날은 내가 다시 열쇠를 쥐게 되었다. 일주일쯤 전에 나는 할미가 되었고 아가와 산모는 조리원에서 설을 지내었다. 막내가 남편을 도와 경동시장과 마트에서 이틀 연속 장을 보았다. 설 전날 오후엔 전과 나물, 고기반찬들을 장만했었다.

설날 늦은 아침 야채샐러드를 하려고 재료들을 꺼냈는데 내가 외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전과 나물, 고기반찬과 떡국 등으로 차림을 했다. 그 중에 야채접시들만이 몽땅 비워졌다.

오후엔 막내가 큰아들과 함께 아가를 보러 가는 편에 설음식 호박전과 배추전, 생선전을 조금 아주 조금만 맛보기로 싸주었다. 며느리에게 문자가 왔다. 전화는 부재중, 2통의 메시지가 떴었다.

“어머님 보내주신 전은 맛있게 먹었어요. 음식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시어머니는 명절 때에 이렇게 말했었다.
“맏이가 원래는 제일 힘든기라. 늘 에미가 고생이 만타.”

설 연휴 다음날 정적이 흘렀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듣는다.
아가와 산모의 건강을 빈다. 아직 아가의 이름을 짓지 않아 안사돈도 아기아빠인 작은아들도 태아명이었던 봄봄을 그대로 부르고 있다.
Sturmisch bewegt… 말러는 이곡을 발표하고 악평을 받았다는데 그 속에서 더 디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을까? 그 음악의 역사를 더 알아보고 싶다.

 

편집자 주 | 김순조는 2012년 자전소설 <바람은 한강상류로 불고 있다>(도서출판 민들레향기)를 펴낸 바 있다.

김순조 기자  dd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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